우리나라 대부분의 60대 이상 고령층은 자식 키우느라 또는 느닷없는 병원비 등 때문에 저축, 노후대책은 꿈도 꾸지도 못하며 살아왔다. 30~40대에서부터 부채를 짊어지고 늙어가는게 현실이다. 또한 노후소득보장의 기반인 국민연금이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지난 1988년에 도입돼 공적연금을 통한 고령층 소득보장이 미흡한 상태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에서 ‘내집연금 3종세트’ 를 내놓았다. 기존에도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월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역모기지론)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번 대책은 주택연금 가입을 가로막던 진입 장벽을 낮춰 고령층 가계부채 문제와 노후소득, 주거안정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25일부터 변경된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집연금 3종세트’는 맞춤형 세 종류다.
‘3종 세트’ 가운데 첫 번째는 주택을 담보로 은행 빚을 지고 있는 고령층이 기존 빚을 무리 없이 상환하면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돕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이다. 현재도 60세 이상 주택소유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있더라도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는 기존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하는데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고령층은 주택연금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원회는 주택연금의 문턱을 낮춰주고자 연금을 일시에 뽑아 쓸 수 있는 인출한도를 지급총액의 50%에서 70%로 높였다. 일시인출금만으로 기존 대출금을 갚기에 부족한 가입자는 서울보증보험과 은행이 연계된 보증부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부담도 줄였다. 대출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경우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는데 기존 대출은행과 주택연금 가입 은행이 같으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주택연금을 취급하는 은행에는 주택신용보증기금에 내는 연 0.2% 출연금을 연 0.1%로 줄여 가산금리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가산금리가 내려가면 주택연금을 정산할 때 주택의 잔존가치가 높아져 상속인에게 더 많은 상속분이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70세 A씨(3억 원 주택 보유)가 1억 원의 주택담보대출(만기 일시상환식)을 받아 매달 이자로 29만 원을 내고 있었다면, 주담대 상환용 주택연금에 가입 후 1억 원을 일시인출(대출한도의 65%)해 대출을 갚고도 매달 31만 원을 연금액으로 받게 된다. 금융위는 올해 주택연금 가입 예상자 8,800명 중 30%인 2,600명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용으로 가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종 세트의 두 번째는 40∼50대를 위한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장기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을 신규 신청할 때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을 약속하면 금리를 0.15%p 우대해준다.
사진 금융위원회
은행에서 만기 일시상환식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받은 사람이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면서 주택연금 가입을 약정하면 추가로 0.15%포인트를 인하 받아 총 0.3%포인트의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대이자는 60세 연금 전환 시점에 전환 장려금으로 일시에 지급받을 수 있다. 만기 일시상환식 변동금리부 은행 대출을 가진 45세 A씨가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고 주택연금 가입을 예약하면 주택연금 전환되는 60세에는 296만 원을 받는다.
3종 세트의 마지막은 저가 주택보유자를 위한 ‘우대형 주택연금’이다. 집값이 1억5,000만 원 이하이고 부부 기준으로 1주택 소유자에 한해 가입할 수 있으며, 일반 주택연금보다 월 연금 지급금을 8∼15%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시가 1억 원 주택을 기준으로 70세 B씨 부부의 경우 월 지급금이 32만4,000원에서 35만5,000원(9.6% 증가), 80세 C씨의 경우 월 지급금이 48만9,000원에서 55만4,000원(13.2% 증가)으로 늘어나게 된다. 내집연금 3종세트는 4월 25일부터 주택금융공사 또는 은행 영업점(씨티·SC·산업·수협·수출입은행 제외)에서 상담 후 신청할 수 있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현재는 0.8% 정도만이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있는데 2025년에는 누적으로 48만 건 정도 가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고령층의 가계부채 부담을 감소하는 효과가 앞으로 10년 동안 약 22조2,000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매달 집이라는 재산을 깔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달 연금을 받게 되니까 그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도 약 10조 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디”며 “이에 필요한 재원은 올 한해에만 약 100억 원 정도 소요될 전망인데, 올해는 일단 주택금융공사의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고 내년 이후부터는 국토부,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효과분석을 거쳐 소요재원을 검토해서 협의,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