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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꽃바람 분다…온몸으로 맞이함이 어떠랴

백제고도 공주의 봄

입력 2016년03월18일 18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봄은 신이 내린 선물이다. 따스한 햇살이 겨우내 토라진 마음의 빗장을 푼다. 비로소 생기롭다. 봄꽃은 그 증거다. 동백과 매화에서 출발해 꽃샘추위를 지워내며 북상한다. 벚꽃이 필 즈음에는 전국이 봄기운으로 들썩인다.일상이 아무리 분주해도 그냥 지나치는 건 삶에 대한 방기다. 마음을 추어올려서라도 꽃길 위에 설 일이다.

 

올봄에는 백제의 고도 공주를 권한다. 백제역사유적지구 공주는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새삼 그 가치를 실감한다. 덕분에 재발견되고 있는 여행지다. 봄날의 풍경 또한 고혹적이다. 특히 계룡산에는 유명한 고찰이 많다. 우선 () 마곡, () 갑사라 해서 봄날에는 마곡사의 신록이 자주 오르내린다. 하지만 신록은 봄의 시작보다 완성인 오뉴월에 가깝다. 더불어 계룡산의 봄이 마곡사에만 깃들었을까. 봄꽃만 치자면 계룡산 서남쪽의 신원사도 빠지지 않는다.

 

계룡산 서남쪽 신원사

단아한 자태의 봄꽃으로 유명

 

신원사는 마곡사의 말사다. 계룡산의 4대 사찰 가운데 남사(南寺)에 해당한다. 백제 의자왕 11(651)에 보덕이 창건했고 통일신라 말 도선이 중창했다. 1500년 고찰은 긴 역사를 앞세워 사람을 억누르지 않는다. 봄날의 벚꽃 역시 마찬가지다. 대뜸 꽃가지로 말을 걸지 않는다. 사천왕문에 이르기까지 외려 무심한 시골길이다. 정갈한 부도탑을 지나 소담한 계곡과 세심교를 건너, 그저 한가한 걸음으로 5분가량 마음을 비워내며 걷는 여로다. 달뜬 봄기운을 지그시 눌러 마중한다.

 

신원사의 봄은 사천왕문에 이르러 그제야 숨겨둔 꽃가지를 드러낸다. 그다음부터는 융숭한 대접이다. 길가로 도열한 벚꽃은 대웅전 마당까지 한껏 부풀었다. 느릿하게 누려 만끽할 만하다. 절정은 대웅전 마당이다. 북쪽 대웅전은 정면 3,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이다. 코끝을 세운 처마가 멋스럽다. 마당 중앙에는 지난 1989년에 세운 오층석탑이다.

 

주변으로 잔디를 깔고 디딤돌을 놓아 곱단하게 단장했다. 마당 입구 계단에는 높다란 두 그루의 벚나무가 수문장처럼 서서 반긴다. 양쪽에서 꽃자루를 펼치니 아치를 이룬다. 그 너머로 오층석탑과 대웅전의 처마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안긴다. 겨울을 녹이는 봄의 온기처럼 온화하고 화사한 풍경이다.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음미하거나 여운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도 좋겠다.

 

그런 다음에야 대웅전 마당을 오가며 방향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한다. 범종각과 벚꽃의 조화를 탐하고 영원전의 긴 처마를 눈에 담는다. 독성각에서는 석탑과 석등 사이로 벽수선원까지 이어지는 벚꽃의 산책로를 쫓는다. 경내는 아담하고 소박하므로 서두를 까닭이 없다. 넘쳐나지 않으므로 여유로우나 한가하므로 기꺼운 봄날이다. 봄날의 신원사를 찾게 만드는 기묘한 힘이다.

 

대웅전 마당의 벚꽃을 즐긴 후에는 동쪽 중악단으로 이동한다. 중악단은 나라에서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으로 신령의 계룡산을 집약한다. 신원사(新元寺)의 옛 이름이 신원사(神院寺)였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첫 제사는 조선 태조 3(1394)에 올렸다. 효종 2(1651)부터 중단했으나 고종 16(1879)에 부활했다. 묘향산의 상악단, 지리산의 하악단은 사라지고 현재는 계룡산의 중악단이 유일한 유적이다. 건물은 단아하나 왕실에서 지어 위엄이 넘친다. 지붕의 잡상이 이를 대변한다.

 

중앙단 지척의 신원사오층석탑도 눈여겨볼 일이다. 4층의 탑신만 남았으나 주변은 금당지가 있던 원래의 신원사 터로 추정한다. 신원사에서 한 걸음 떨어져 계룡산 자락의 산세를 품기에 알맞다. 그러고 보면 신원사 주변은 산신들의 꽃놀이터이련가. 봄빛에 기대 슬그머니 새날의 소망 하나 덧댄다.

 

세계문화유산 공산성

옛 백제의 풍류가 흘러

 

신원사와 중악단을 돌아본 후에는 가까이 동학사나 갑사를 들러도 좋겠다. 동학사는 신원사와 더불어 계룡산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다. 신원사가 고즈넉한 정취로 발길을 끈다면 동학사는 화려한 벚꽃의 향연으로 매혹한다. 가을 갑사라지만 오색단풍 또한 봄날의 초록이 빚은 결과다. 갑사 가는 길 역시 봄날의 여행 코스로 손색이 없다.

 

백제 유적을 연계한 봄꽃 여행도 가능하다. 공주 시내에는 공산성이 있다. 해발 110m의 능선 위에 지은 2,660m의 산성이다. 백제 문주왕이 웅진(공주)으로 천도하며 조성했고, 성왕 16년까지 564년 동안 백제 왕국의 중심이었다. 봄맞이를 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세계문화유산 여행지다.

 

공산성 일주는 보통 서문의 금서루를 출발지로 삼는다. 공주 시가지와 금강을 바라보며 한 시간 남짓 걷는다. 봄꽃도 빼놓을 수 없다. 쌍수정 주변은 공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봄맞이 명소다. 공산성은 고려시대의 이름으로 백제시대에는 웅진성, 조선시대에는 쌍수산성으로 불렸다. 쌍수정은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머물던 장소다. 인조가 벼슬을 내린 느티나무 두 그루(雙樹)가 있어 그리 이름 붙었다. 영조 때 관찰사 이수항이 지었고 몇 차례 보수했다.

 

쌍수정 아래는 옛 백제 왕궁지로 추정하는 너른 터와 인공 연못의 흔적이 시대를 넘나든다. 벚꽃은 그 가장자리에 무리 지어 탐스럽게 피었다. 꽃그늘에는 여러 개 긴 의자가 놓여 있다. 잠깐 머물러 쉬노라면 봄날의 생기가 꽃바람을 빌려 몸과 마음 곳곳에 스민다. 왕궁지의 너른 터 위를 뛰노는 아이들의 몸짓 또한 한가롭기 그지없다. 신원사가 산신들의 봄이 어렸다면 공산성에는 옛 백제왕의 풍류가 흐르는 듯하다.

 

/사진·박상준(여행작가)

신호숙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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