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한복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세계화도 머지않아”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

입력 2016년02월08일 20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한복은 불편하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해외여행을 하거나 유명 관광지에 가서 한복을 입고 셀카를 찍어 올리는 한복놀이가 신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박제된 전통에서 벗어나 재기발랄한 참신함을 덧입으며 세계인의 옷으로 거듭나고 있는 한복.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이 전통문화의 현대적 자리매김에 성공한 한복을 이야기한다.

 

지난해 가을 프랑스 파리 루브르 국립장식미술관에 전시된 한복 두 점이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 입었던 한복이다.

 

2013년 박 대통령이 취임식 때 입었던 붉은색 바탕에 노란색 매화를 새긴 두루마기 차림 한복과, 같은 해 11월 서유럽 순방 때 입은 오렌지색 저고리에 꽃무늬 자수를 놓은 파스텔톤 치마다. 특히 서유럽 순방때 입은 한복은 당시 화려한 액세서리를 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옆에서도 한복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 한복을 비롯해 박 대통령의 한복을 다수 제작한 디자이너가 바로 김영석(52) 씨이다. 그는 박 대통령의 한복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홍라희 리움 관장,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 유명 인사들의 한복을 지으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려왔다.

 

누구나 한복을 보고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민속의상 같은 느낌이 나지 않으면서도 다른 의상과 조화가 잘될 수 있도록 배색에 신경 썼죠. 일본에 기모노, 중국에 치파오가 있다면, 한복은 세계인에게 어떤 이미지일까요? 한국은, 또 한국인의 정서는 꾸밈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정서가 한복에 담겨 있어요. 기모노와 치파오에 비해 편하고, 우아하죠.”

 

옷은 입는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 한복은 더욱 그렇다.

 

한복은 단순히 예쁘게 잘 입는 것만이 아닌, 바른 몸가짐이나 정신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한복도 사람마다 어울리는 디자인이 있다는 거예요. 그걸 찾아내는 것이 디자이너가 할 일이고요.”

 

한복 입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중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간소화된 생활한복을 입거나 한복을 입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일이 일상화된 가운데 한복이라는 키워드가 핫한 패션 아이템이 된 것.

 

그동안 한복하면 나이 든 어른들이 입거나 결혼식과 같이 특별한 날에 입는 옷으로 인식돼왔습니다. 비록 사진을 찍기 위한 유행일지라도 한복이 대중문화 속에 들어온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한복에 친숙해 지는 계기니까요. 다만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문화나 한순간의 유흥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서양복에 장례식, 결혼식, 특별한 날에 입는 옷 등 TPO(시간 · 장소 · 경우)에 따른 다양한 종류의 옷이 있듯, 한복도 마찬가지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다양하다. 그는 하나로 모든 상황에 맞추려고 하다 보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저고리와 치마로 간편해졌지만, 예전에는 그 위에 겹쳐 입는 옷들이 많았어요. 또 신분에 따라 다양한 옷도 있었죠. 한복이 불편하다고 생각된다면 개량한복부터 입어보는 것도 좋아요. 서양복도 형식에 맞게 갖춰 입으면 불편해요. 그에 비한다면 한복은 의외로 편하게 몸을 담아낸다는 사실도 알게 될 거예요.”

 

수천 년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한복도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적응하며 변화해왔다. 전쟁 때는 갖춰 입을 새가 없다 보니 남녀 옷의 구분이 없어지는 식이다. 지역적인 환경도 한복을 진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함경도에서는 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아지 털을 채취해 덧대 입었어요. 경상도 지역에서는 비단이, 전라도에서는 모시가 생산됐는데, 이들이 한복의 재료가 됐고요. 한복은 입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상황에 맞게 발전해왔어요. 전통한복을 분해해보면 평면이 돼요. 옛날 한복은 (지금처럼 드라이클리닝이 아니라 물빨래를 해야 했으니) 다 해체해서(바느질을 뜯어서) 세탁하고, 입기 전에 다시 바느질하는 식이었대요. 그러니 바느질도 촘촘하지 않았죠. 지금은 어떤가요? 한복도 기성복으로 공장에서 만들어내고 있으며, 드라이 클리닝을 맡기기보다는 새로 사는 게 저렴한 경우도 있어요.”

 

외국인이 한복의 아름다움 더 잘 느껴

 

한복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에 자부심이 큰 김영석 디자이너는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한다. “우리는 전통하면 고루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통이라도 그 안에 현대적인 요소들이 숨어 있어요. 창조라 해도 아예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전통 중에는 필요에 의해 변화된 것들이 많습니다. 전통은 그 시대에 상당히 반향을 일으켰던 것들이에요. 그런 것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살아남아서 전통으로 이어진 거죠. 우리의 것을 고수하는 것만이 전통은 아니며, 전통은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봐요. 그것이 한복이 나아갈 길입니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서히 발굴되어 새롭게 다듬어지면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새 문화의 주춧돌인 전통이 견고할수록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한국은 역사가 긴 나라입니다. 이런 긴 역사를 가진 나라는 많지 않아요. 그 시간 동안에 시대별로 이룩해온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문화는 다양성을 가지면서도 깊이 있게 자리 잡을 수 있겠죠. 우리의 것들을 하나씩 꺼내서 세계에 내놓는 일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는 외국인들이 오히려 한복의 아름다움을 더 잘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오히려 모를 수 있다.

 

동양인이 서구화된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우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한복을 잘 이해하고 소화해낼 수 있죠. 평소 한복을 멀리해왔더라도, 입을 기회를 만든다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봅니다.”

 

미래의 한복, 새롭게 변할 것

 

한복은 전통의상이지만, 한복에도 시대에 맞는 트렌드가 존재한다. 그는 단지 다수가 한다고 해서 트렌드는 아니며, 계몽하고 이끌어가는 것이 트렌드라고 정의한다.

 

한복일지라도 전통만 고수한다면 발이 묶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예절을 지켜야 한다고 하죠. 그러나 사람이 예절을 위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한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복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것이 제대로 된 역사나 전통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전통으로서 울타리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미래의 한복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극과 극의 형태로 나뉠 거라고 진단한다. 전통한복은 전통에 따라 더 체계적으로 갖춰 입게 될 것이고, 또 정반대로 생활한복은 소재의 변화를 통해 현대적으로 해석되어 편리함을 추구하게 될 거라는 분석이다.

 

한복도 다양한 소재를 쓰면 서양 옷처럼 변화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소재를 쓴 옷이 전통한복으로 자리매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은 아주 애매한 상황입니다. 극과 극으로 나뉘기 전에 전통과 문화, 한복에 대해 공방전이 이어질 거예요. 다양한 디자인이나 의견이 나올 때가 문화가 융성되는 시기입니다. 그 시기를 거쳐 생활한복, 전통한복이 자연스럽게 나뉘어 공존하게 된다면 한복이 뿌리 깊이 자리 잡게 될 거예요. 문화는 저절로 흘러가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한복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

 

가만히 기억을 되살려보면 한복을 입은 할머니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를 거예요. 우리도 자녀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온 식구가 한복 입은 모습을 가족사진으로 남겨둔다면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어려서부터 한복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의미에서 교복이 아닌 한복을 입고 졸업 사진을 찍는 건 어떨까요? 그런 뜻을 가진 학교가 있다면 도와주고 싶습니다.”

 

설현 이민호 한국의 얼굴 되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이 단아하다. 가수, 배우, CF모델 등으로 활동하며 요즘 대세 스타로 자리매김한 걸그룹 AOA 멤버 설현은 이 같은 인기를 입증하듯 한류 스타 이민호와 함께 지난해 ‘2016~2018 한국방문의 해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들은 지난해 116일 경복궁에서 열린 한국방문의 해 선포식에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홍보대사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8년까지 활동하게 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강남 1970’에서 남매로 출연한 인연이 있다.

 

‘2016~2018 한국방문의 해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유치(2020년 목표)를 앞당기고 한국 관광의 양적,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시작됐다. 이를 추진 중인 한국방문위원회는 다시 찾고 싶은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016년에는 환대 서비스 개선과 K스마일 캠페인 확산, 2017년에는 특별 프로모션 제공과 프로모션 활성화, 2018년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 지원 및 레거시 정착을 목표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쇼핑을 매개로 볼거리, 즐길거리, 살거리를 제공하는 쇼핑관광 축제 코리아 그랜드세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여행 패턴을 개선하고 지방의 고품격 관광지를 소개하는 ‘K-트래블 버스머스트-시 루츠(Must-see Routes)’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친절한 대한민국을 알려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38개 관광 분야 유관기관, 광역지자체와 함께 내국인 대상 ‘K스마일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한국방문의 해는 지난 1994년과 2001,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로, ‘2010~2012 한국방문의 해홍보대사로는 배우 배용준, 피겨선수 김연아, 걸 그룹 소녀시대 등이 활약한 바 있다.

 

신호숙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건강 스포츠 문화 이슈

동영상 뉴스

포토뉴스

건강뉴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