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내부 직원들에게도 퇴직연금을 부실판매해 ‘세금폭탄’을 맞게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교보생명이 2007년4월 직원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면서, 자사 개인퇴직계좌(IRP)에 애사심을 빌어 거의 전직원 4,000명을 가입시키면서, 내부 직원에게도 중간정산 퇴직금의 전부를 가입하지 않으면 세제혜택이 없다는 것을 속이고, 매년 차감하는 운용(자산)관리 수수료율도 알리지도 않고 가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IRP(개인퇴직계좌 또는 IRA라고도 함)란 근로자가 중간정산을 받거나 실제로 퇴직했을 때 퇴직금을 자신명의의 계좌로 적립해 연금 등 노후준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현재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한 근로자에 한하여 퇴직금 전액을 퇴직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납입하면 가입가능하다. 개인퇴직계좌는 퇴직금의 지속적 적립, 자유로운 적립금 운용, 과세이연에 따른 세제혜택이라는 3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개인퇴직계좌를 통해 발생된 운용수익은 금융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세나 연금소득세로 과세되어 낮은 세율이 적용됨과 동시에 분류과세가 된다. 그러나 교보는 중간정산금의 일부를 예치시켜 ‘연금’ 수령시도 세제혜택을 못받게 했다.
최근 직원들이 퇴직 후 퇴직금을 수령하려 했으나, 고액의 수수료만 떼어가고 세제혜택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집단 민원이 발생해, 회사 측에 대책을 강력히 요구하고 공동소송 등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2007년 4월 퇴직금 중간정산제도 도입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애사심을 빌미로 자사 IRP가입을 강권했다. 매일 회사에서 개개인의 가입여부를 확인하고 독촉을 하자, 반강제적으로 모두 가입하게 되었다.
교보생명은 IRP가입시 중간 퇴직금의 일부만 납입해 가입해도 세제혜택을 본다고 하여, 중간정산퇴직금의 일부 가입자가 3,200명이 넘었다. 2007년 4월 27일 계약청약서에 ‘이 보험에 관한 계약내용은 퇴직급여보장법 및 그와 관련된 법규에 따라 적정하게 선정되었음을 확인합니다’ 명시되어 있어 직원들은 당연히 퇴직연금 과세이연의 세제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수익률 높은 다른 금융상품을 선택하였지 IRP를 가입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일례로 이모(55세, 남) 씨는 교보생명에 다니면서 2007년 4월 퇴직금중간정산으로 2억여 원을 받았다. 이중 3,000만 원을 빚을 갚고 나머지는 1억7,000만 원을 회사의 종용에 따라 교보IRP에 가입했다. 가입당시 회사는 중간퇴직금의 일부 가입자도 막지 않았고, 이 씨도 당연히 ‘과세이연계좌’로 세제혜택이 되는 것으로 알고 가입했다. 또한 이 씨가 가입한 IRA약관 원금보장형에는 적립금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차감한다는 명시적인 설명이 없었다. 최근 퇴직 후 알아보니 이자가 8,000만 원이 부가되어 해약 시 1,320만 원의 이자소득세를 더 내야 하고, 수수료를 1,000만 원이 넘게 떼어간 것을 보고,‘세금과 수수료 폭탄’은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교보생명은 2015년 6월말 경 일부 가입자인 경우 과세이연대상이 아니므로 그동안의 수익은 이자소득세 및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임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교보생명은 당연히 계약 당시 직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미리 고지했어야 했고, 만일 고지했다면 가입자들은 전액을 납입하였거나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교보생명은 실적 압박으로 내부 직원들을 속이고 가입시켜 직원들의 안정적인 노후준비는 물거품이 되고 세금폭탄만 떠안겨 주었다. 더구나 교보생명은 3,200여 명 직원들에게 과세미이연 사실을 중간정산금, 1차 보상금, 2차 보상금이 지급될 때까지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숨기고 있었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일부 퇴직자들이 IRA 해지하면서 과세미이연 사실을 알게 되었고, 교보생명은 해결책으로 2015년 7월경 고작 ‘해지 시 전액보다는 일부 인출을 하라’는 안내를 했을 뿐이다. 이유인즉, 2,000만 원 이상 인출 시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이기 때문에 과세를 피하기 위한 군색한 안내였다. 또한 퇴직연금모범기준에 의하면 IRA 자산관리 수수료율 수준을 명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조차도 명시하지 않아 교보생명은 그 기준을 위반했고, 가입자들에게 어떤 통보도 없이 임의적으로 각종 수수료만을 편취했다. 퇴직연금계좌 자산관리 운용수수료는 사업방법서에 의한다고 명시했을 뿐, 2014년 7월까지 정확한 수수료율을 명시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모범기준에 살펴보면, 사업자는 감독규정 제 21조 1항에 따라서 아래의 항목을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운용관리수수료 및 자산관리수수료, 운용관리계약 및 자산관리계약 약관, 퇴직연금 종류별(DB, DC, IRA)로 운용관리수수료, 자산관리수수료, 가입자교육수수료, 중도해지, 계약이전수수료 등의 내역을 공시한다. 이때 수수료 부과기준 및 수수료 수준을 명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교보생명은 수수료 공제 내역을 안내하지 않았다. 더구나, 여러 차례 퇴직연금 교육과 설명회에서도 그 어떤 수수료나 과세이연에 관한 설명이 없었다. 교보는 실적을 위해 자사 직원들에게 조차도 세제혜택을 속이거나 수수료를 숨기고 불완전판매를 강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평생 다녔던 회사를 믿고 회사에 퇴직금을 노후연금으로 맡긴 직원들은 ‘연금’으로도 세제혜택이 없어 노후는 물거품이 되고, 세금 폭탄만 맞게 된 것이다. 이들이 제대로 가입하였다면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에는 퇴직소득세(3~7%)로 저율 과세 되나, 세제혜택이 없어져 이자소득세가 부과 되고 연간 연금수령액이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되어 2,000만 원 초과 시 금융종합과세의 대상이 된다.
세금폭탄을 맞게 된 3,200여 명의 퇴직직원들은 ‘교보생명 IRP대책위’를 구성해 회사에게 대책을 요구하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연맹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회사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교보상품 ‘불매운동’, ‘공동소송’ 등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교보생명은 최근 비전 2020에서 ‘상품과 채널 경쟁력 혁신으로 고객보장 최고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선포한 바 있으나, 내부 직원에게 조차도 세제와 상품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판매해 퇴직 직원들의 원성을 사는 형국으로, 말로만 ‘NO.1 생보사’라는 달갑지 않은 소리를 듣게 됐다.
금소연 강형구 금융국장은 “교보가 자사 내부 직원에게도 사기성 부실판매를 강행했는데, 다른 기업의 종업원들이나 보험소비자들에게는 제대로 상품을 판매하였을까 심히 의심된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과 말로만 ‘NO.1’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