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를 맞아 정부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재산 형성 지원을 위해 내년부터 한 계좌 내에서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편입·교체해 운용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를 도입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9월 2일 ‘한국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의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실무 협의를 거쳐 확정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제도 도입방안을 2015년도 세법개정안에 반영했다. ISA는 세법개정안이 12월 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하위법령 정비 등을 거쳐 내년 초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정부는 하위법령 정비 등이 완료되는 즉시 은행·증권·보험사를 통해 ISA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ISA란 저금리 시대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재산 형성 지원을 위해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편입·교체해 운용하는 계좌로, 만기 인출 시 이자, 배당소득에 대해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가입 대상은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이며, 12월 1일 국회 논의를 거쳐 근로 및 사업소득자 외에 농어민도 가입 대상에 추가됐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제외한다.
납입 한도는 연간 2,000만 원이며,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의무 가입기간이 연소득 5,000만 원 이하는 3년, 5,000만 원 초과자는 5년이다. 청년 또는 일정 소득 이하 가입자의 경우 결혼, 주거 등을 위한 자금 수요를 고려해 의무 가입기간을 3년으로 적용한다. ISA에 부여되는 세제 혜택은 계좌에서 발생하는 손익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만기 인출 시 발생하는 운용 순수익 가운데 연 최대 250만 원까지 비과세하며, 초과분에 대해선 9% 저율 분리과세하는 것이다.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연간 5,000만 원 이하 소득자에 한 해 연간 25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신설했다.
현행 재형저축 비과세, 소득공제장기펀드 특례(만기 인출 시 이자, 배당소득에 대해 세제 혜택 부여)는 올해 말로 일몰 종료된다. 정부가 ISA 도입을 결정한 것은 전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를 극복하고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이 크게 낮은 상황에서 저금리 지속 등으로 새로운 자산 형성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26.8%로, 미국(70.7%), 일본(60.1%), 영국 (49.6%), 호주(39.6%) 등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크게 낮은 편이다.
ISA는 시장 상황에 맞추어 계좌 내 금융상품을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편입·교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편의성, 상품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가계의 재산 형성방법이 ‘적금 등 단일상품 가입’에서 ‘다양한 상품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자산관리’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영국, 일본에서는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를 운영 중이다.
정부가 ISA를 도입하며 가입 대상에 소득기준 제한을 두지 않은 이유는 특정 상품이 아니라 개인별 계좌를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과세 특례 금융상품을 도입하는 것인 만큼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가입 대상 확대가 우선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정 소득기준을 적용해 가입 대상을 한정할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문턱 효과’가 발생해 가입자 증가를 사실상 제한하게 된다는 점도 감안했다. 다만 근로소득 또는 사업 소득이 없는 경우 가입을 제한함으로써 고소득자 또는 자산가들이 가족 명의를 통해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있다. 또한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2013년 기준 13만8,000명)는 가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ISA 운용수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하지 않는 이유는 소득기준에 따라 가입 대상을 제한하지는 않되 저축 여력이 높은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다만 연간 납입 한도(2,000만 원)를 설정하고, 운용수익을 기준으로 세제 혜택을 차등화하기 위해 비과세와 분리과세를 혼합했다. 따라서 연 300만 원을 납입하는 소액 납입자의 경우 수익률을 4%로 가정할 때 운용수익이 180만 원에 불과해 운용수익의 대부분이 비과세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안창국 과장은 “ISA는 기존의 재형저축, 소득공제장기펀드를 통합해 기존 저축상품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상품성과 운용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도 갖게 됐다”면서 “가입 대상 및 납입 한도를 확대하고, 의무 가입기간 단축, 운용의 탄력성 증대 등을 통해 저금리 시대에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실질적 재산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는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촉진하기 위한 총 20조 원 한도의 ‘안심전환대출’이 실시되어 가계부채 안정에 힘을 보탰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3월 24일부터 1, 2차에 걸쳐 시중은행을 통해 실시한 이 대출로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가계는 소비 여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의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원금을 나누어 갚는 대출’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으로 ▶1차분(3월 24∼27일, 19조8,000억 원, 18만9,000명) ▶2차분(3월 30일∼4월 3일, 14조1,000억 원, 15만6,000명) 등 모두 34만5,000명에게 총 33조9,000억 원이 공급됐다.
안심전환대출은 처음부터 나누어 갚아나가는 분할상환 방식이어서 매년 약 1조 원 수준의 가계부채 총량 감축 효과를 내고, 빚은 ‘처음부터 나누어 갚아나가야 한다’는 바람직한 금융 관행을 형성하고 소비자와 금융회사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데도 기여했다.
안심전환대출 공급으로 2015년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분할상환 비중이 7∼8%포인트 상승하고, 2016년도 구조 개선 목표(30%)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말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가 23.6%, 분할상환이 26.5%로, 정부는 이를 각각 2015년 25%, 2016년 30%, 2017년 40%로 높여나갈 계획이었다. 정부는 이번 안심전환대출로 가계대출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평가됨에 따라 2차분을 마지막으로 안심전환대출 공급을 종료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안심대출과 관련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4월 2일 “한국 정부의 가계부채 위험 경감을 위한 대출 대환계획은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며,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도 3월 26일 “안심전환대출 프로그램은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구조가 금융 시스템의 취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우려를 덜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