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산업현장 숙련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AST젯텍 정재송 대표(57세)를 12월의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
정 대표는 유압 관련 고유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후공정 세정장비 및 도금장비 분야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으며, 레이저 장비 및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42년 경력의 숙련기술인이다.
그는 공업고등학교 진학을 통해 기계조립분야에 입문했고, 탄탄한 유압 기술을 기반으로 건설기계,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 도전하여 현재 매출액 1,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을 이끌고 있다. 정 대표는 부산기계공고 재학시절 기계가공조립기능사 및 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 자격증을 모두 취득하며 기술 분야에 재능을 발견, 전교에서 손꼽히는 우수 기능인력으로 파격적 대우를 받고 동명중공업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기업에서는 대졸은 사원, 공고는 공원으로 경력 커리어를 엄격하게 구별했기 때문에 공고 출신인 정 대표의 사원 입사는 업계 최고의 대우라 할 수 있었다. 입사 후 유압 조립 및 실험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낸 정 대표는 사원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기술연수생에 발탁됐다. 경력 10년 정도는 되어야 겨우 얻을 수 있었던 기술연수의 기회를 3~4년차 사원이 얻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후 정 대표는 대우조선공업에 스카우트 되었고, 높은 수준이 요구되는 조선 유압기술과 석유시추선 유압기술 개발에 기여하며 2년 만에 기술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또한 그는 경남산업대 공업경영학과에 진학,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품질관리, 작업관리, 원가관리, ERP 등 향후 기술경영인의 꿈을 이루기 위한 탄탄한 토양을 다져나갔다.
1986년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정 대표는 자신의 기술력을 보다 진취적으로 펼치기 위해 높은 연봉과 직급을 포기하고 전 회사 선배가 창업하는 회사에 기술이사로 합류했다. 정 대표는 창업 회사 대표와 같이 기술 잡지에서 물로 쇠를 자르는 ‘워터젯’ 기술을 우연히 접한 뒤, 1년간의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워터젯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미국대사관 도서관에 드나들며 워터젯 관련 외국 산업체에 팩스로 기술 자문을 구하고, 원리부터 부품 개발까지 하나하나 독자적으로 연구하여 얻은 성과였다. 워터젯은 자동차 대시보드 커팅 등에 사용되며 자동차 신모델 개발에 따른 금형 교체 비용을 절감시키는 동시에 열을 이용하는 기존 방식보다 효율성이 높아 획기적인 기술로 주목 받았다.
이후 정 대표는 당시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반도체 분야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창업을 결심, 1995년 (주)젯텍을 설립하고 워터젯 기술을 응용한 ‘부채꼴 워터젯(Fan Type Water Jet) 디플래싱 머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이름을 알렸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서는 기존의 디플래싱 머신이 가지고 있는 비효율적인 물 분사 문제로 인하여 물 대신 호두가루 또는 유리가루를 분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먼지, 소음 및 기계 마모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대체 신기술이 절실했다.
정 대표는 연구에 착수, 고압수(水)를 분사하는 부채꼴 형태의 정교한 다이아몬드 노즐을 6개월 만에 개발하여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했고, 당해 연도 매출만 12억 원에 이를 정도로 시장의 큰 호응을 얻었다. 창업 직후, IMF 위기로 반도체 투자가 중단되면서 국내 시장 확장에 제동이 걸린 그는 위기를 기회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미 몇몇 해외 시장에도 유사한 디플래싱 머신이 나와 있었으나 제품 불량, 기계 고장 등의 문제가 잦았다.
정 대표가 만든 디플래싱 머신은 이러한 문제를 완벽하게 보완한 우수 제품으로 해외에서 각광받기 시작했고,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페어차일드, 필립스 등에 연이어 납품을 성사시키며 단숨에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다. 그 결과 (주)젯텍은 매출 200억 원대를 훌쩍 뛰어넘었고, 디플래싱 머신은 전체 영업이익의 30~40%를 차지할 만큼 주력 사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정 대표는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 디스플레이에 주목,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과감한 사업 영역 재편에 나섰다. 그는 레이저 연구소를 설립해 디스플레이 부품 본딩 기술 개발에 착수, 이방성 전도 테이프에 오랜 시간 열을 가해 합착하던 기존 방식을 보완한 레이저 본딩기술을 7년 만에 개발에 성공했으며, 2010년에는 디스플레이 본딩 장비 기술력 강화를 위해 (주)AST를 인수하고 사명을 (주)AST젯텍으로 변경했다. 2015년도 올해는 주 고객사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본딩 장비를 전량 독점 공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LCD, OLED 본딩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갖춘 전문 기업 성진하이메크의 사업을 새롭게 인수하며 디스플레이 종합 모듈 장비 기업을 향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현재 (주)AST젯텍은 수출이 매출의 약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성진하이메크 인수와 함께 직원 390명, 매출액 약 1,0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변화하는 산업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 매출의 8%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총 60건(특허 58건, 실용신안 1건, ISO인증 1건)의 특허 및 실용신안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창의, 도전, 성취, 인화’의 경영 철학 아래에서 인재경영을 실천하고 있으며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제도를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인화를 바탕으로 한 기업문화 덕분에 (주)AST젯텍의 이직률은 2-3%에 그친다.
정 대표는 성공한 숙련기술인으로써 사회 젊은이들에게 조언과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최고라고 내세울 수 있는 단 하나의 기술을 반드시 갖추십시오. 기술인에게 있어 잘 갈고 닦은 기술 하나는 사회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자신감이 됩니다. 그 자신감은 기술자로서 새로운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줄 것입니다.”
2006년 8월부터 시작한 ‘이달의 기능한국인’ 선정 제도는 10년 이상 산업체 현장실무 숙련기술 경력이 있는 자들 중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을 매월 한 명씩 선정·포상하는 제도로, 기능한국인들은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학교에서 현장실습 지도, 기업연계, 심화강의 등 후배들을 위한 기술 전수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