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취업한 윤세나(가명) 씨는 보험 하나는 들어놔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 말에 어떤 보험에 가입할지 고민 중이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추천하는 보험이 서로 달라 비교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어려운 보험 용어가 많은 데다 주계약 외 특약사항이 수십 가지나 돼 혼자 이해하기는 무리였다.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전문 보험상담사의 상담을 받았지만, 이번엔 가입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숨기거나 축소해 설명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가입을 독촉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다. 결국 윤 씨는 어떤 서비스에도 만족하지 못한 채 몇 달째 고민만 이어가고 있다.
윤 씨와 같이 보험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보험도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듯 간편하게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이 같은 아이디어로부터 나온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이 현실화된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이르면 올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우선 단독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연금보험,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등 상대적으로 단순한 상품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실시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은 말 그대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인터넷상에서 비교해보고 가입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 쇼핑몰이다. 현재는 개별 보험회사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 보험 가입은 가능하지만, 다수의 보험상품을 한 번에 비교·검색할 수 있는 채널은 없다. 이에 금융위는 보험료 비교 및 가입 안내가 가능한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을 구축해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확대할 계획이다.
당국은 이를 도입하기 위해 핀테크와 관련된 보험업 규제 전환에 노력을 쏟고 있다. 우선 온라인 보험계약을 위한 본인 인증에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를 폐지했다. 더불어 휴대전화를 이용한 다양한 비대면 본인 인증 방식을 허용해 본인 인증 과정을 간소화했다.
보험상품의 사전 신고제도 폐지해 보험사들이 더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과 상품 개발이 자유로워지는 대신 보험상품 공개는 확대된다. 금융위는 소비자가 보험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누리집을 만들고 내년 4월에는 네이버와 다음, 구글 등 온라인 포털사이트에도 공시정보를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보험사는 온라인 전용상품의 사업비도 공시해야 한다.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이 도입되면 소비자는 여러 보험상품을 한꺼번에 비교하니 현혹하는 광고에 끌리지 않고 더 객관적으로 상품을 비교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보험은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 점포 운영비 등 고정비를 줄일 수 있어 오프라인 상품 대비 10~20%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다. 금융위는 보장범위 비교 지수를 개발해 표준보장에 비해 누락된 비율을 쉽게 확인하고 상품들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