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서 문화를 즐기고 누리는 ‘문화융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도시뿐 아니라 각 지역 소도시에서도 문화여가활동이 확대되고 문화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돋보이고 있다. 생활 속에서 문화로 기쁨을 느끼고 문화예술을 매개로 소통과 나눔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의 사례를 소개한다.
충북 증평군은 지난 2003년 괴산군에서 분리돼 읍에서 군으로 승격됐으며 울릉군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군이다. 금강의 발원지로 불리는 이 곳은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아 신라 말부터 고려시대에 걸쳐 건립된 다양한 불상과 석탑 등을 만나 볼 수 있는 역사적인 고장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시인이자 독서광으로 불린 ‘김득신 알리기 프로젝트’가 증평군에서 진행돼 지역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 증평문화원
증평은 예부터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가 앉아있는 형상인 좌구산 일대를 중심으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자연휴양림과 율리 휴양촌 등이 조성돼 있어 자연에 기대어 쉬어 갈 수 있는 여백이 있는 곳이다.
특히 율리 휴양촌에는 전통 문화·예절 체험을 통한 인성교육과 조선의 독서광이라 불렸던 시인 김득신 관련 이야기를 접목시켜 문화 탐방·관광 할 수 있는 이색한옥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배우는 동시에 역사체험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마련되는 것이다.
김득신 알리기 프로젝트는 오는 15~16일 증평군립도서관에서 초등학교 3~6학년생과 부모 30가족 90여 명을 대상으로 1박2일 행복독서 캠프 운영, 부모와 청소년교육, 공동체 훈련, 마음과 마음의 대화, 김득신 알아가기 등을 진행한다. 지역 사회의 초등학생들과 역사를 체험해볼 수 있는 김득신 독서서당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원동력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지극한 사랑 덕분이다.
증평지역 주민들은 지역의 숨겨진 자원을 활용한 문화예술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지역 사회에 악기연주, 무용, 퍼포먼스 등을 펼치는 등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또 우리 전통 무예인 택견을 알리고자 택견에 음악을 결합한 택견무를 즐기고 알려나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택견은 중요무형문화재 76호이자 세계 무술 가운데는 최초로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2014 어르신문화대축제-나이 없는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충북 증평군 어르신들이 ‘택견’을 외치고 있다.(사진 증평문화원)
특히 증평문화원에서는 60~70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어르신 문화 프로그램 ‘이크 에크 불타는 청춘 택견무’를 운영하고 있다. 택견무는 지역 어르신들 사이에서 문화향유의 꽃으로 불리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택견은 동작이 유연하고 자연스러워서 신체 단련을 위한 보건체조나 스포츠로 활용하고 음악과 무용을 접목한 택견무는 어르신에게는 적격이다.
증평군 보강천 미루나무 숲에서 열린 증평문화예술의 날 행사와 증평군 사회복지박람회, 개천절 등 지역 각종 행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몸동작은 잽싸지 않아도 ‘이크, 에크’ 등 추임새 같은 기합 소리는 여느 젊은이 못지않다. 각종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충주세계무술축제의 하나인 4회 세계택견대회에서 본때뵈기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고 11회 송암배 전국 택견 한마당에서는 생활체조 장년부 최우수에 올랐다.
증평문화원 택견무 소속 단원 이정순 씨는 “‘나이 없는 날’에 다같이 화합해 행사에 참여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운동을 하니까 삶에 활력을 찾았다”고 밝혔다.
김정란 씨는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젠 택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며 “제 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증평군에서는 오롯이 문화로 소통하고 즐기려는 행복한 문화향유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매개로 소통과 나눔이 앞으로 더욱 확대돼 지역 문화융성의 ‘꽃’을 피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