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기업은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퇴직자들로 구성된 근로복지공단 ‘시니어 직능클럽’은 각 지사의 인력 부족으로 생기는 업무 공백을 채우기 위해 현장 조사원들을 파견한다. 이들은 현역 시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실태를 파악하고 고객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시니어직능클럽에 소속된 신선규(62세) 씨도 현역 시절 못지않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해 전날의 업무를 정리해 보고하고 다시 하루 계획을 세워 바로 현장으로 나선다.
“각 지사의 직원들이 전화 업무나 방문객들의 민원, 서류 처리 등을 진행하다 보면 일일이 현장을 다닐 시간이 부족합니다. 우리 지역에 기업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방문해야 할 곳은 많아지는데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어 어려움이 있었는데,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사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신선규 씨는 지금 일하고 있는 고양지사의 지사장을 비롯해 31년 동안 근로복지공단에서 근무하다 서울 서부지사장을 끝으로 2013년 퇴직했다.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평생을 일했던 곳에서 더 할 일이 있다면 그보다 값진 것은 없겠다는 생각에서 시니어 직능클럽에 참여하게 됐다.
일일이 현장을 방문하다 보면 하루에 250km 이상을 운전하고 다니는 경우도 허다할 만큼 시니어 직능클럽의 일이 쉽지는 않지만, 신씨는 현역 때의 노하우를 살려 모기업의 일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에 보람을 느낀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이 제도가 잘 정착돼 후배들이 퇴직 이후에도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더 좋은 기업이 되고 현역으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애사심을 갖고 끝까지 열심히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길 바랍니다.”
한편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노인 일자리도 많아지고 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는 일할 여력이 있고 사회 참여를 원하는 노인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돌봄 서비스와 함께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양자 간 정서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이 호응을 얻고 있다.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이재화(82세) 씨 집에는 매주 2~3일씩 반가운 사람들이 찾아온다. 바로 노노케어 사업을 통해 연결된 최숙남(83), 유순남(81) 씨다. 아픈 몸으로 혼자 지내기에 어려움이 많아 노노케어의 도움을 청한 이재화 씨에게 두 사람은 반갑고 고마운 존재다.
월 10회 방문을 통해 집안일을 돕고 말벗을 해주며 건강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음식을 나눠 먹거나 수시로 방문해 안부를 묻는다.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동행해 진료를 돕는다. 한 살 터울로 비슷한 연배의 세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친구처럼, 자매처럼 함께 도움을 주고받는다. 최숙남 씨는 홀몸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노노케어를 시작했지만, 그 도움의 방식이 일방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을 돌보면서 내 자신도 건강해지는 걸 느껴요. 내가 아직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도 크고요. 돌보는 노인이 내가 돌봐주는 동안 건강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것을 볼 때면 무척 기쁘죠. 하면 할수록 정말 좋은 일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하는 일인 만큼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까운 사이가 될수록 말을 조심해야 해요. 서로 오해가 생기고 마음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것만 조심한다면 서로에게 좋은 인연이 되고 도움이 되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