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연맹은 금융감독원이 잘못 지시해 보험사들이 2010년부터 5년간 실손보험 중복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자기부담금(10∼20%)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미지급 의료비 전액을 전수 조사하여 찾아서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금감원이 약관에 지급 명시된 내용을 보험사 편을 들어 ‘부지급’지시를 내렸다가,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고 지난 6월 3일 슬그머니 ‘소비자유의 사항’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놓고 유야무야 넘어가려 하고 있다.
금감원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예시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실손보험 중복가입자의 경우 보상대상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보험사들도 2010년까지 전액을 보상해왔으나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에게 자기부담금을 차감하고 지급하라는 지침을 내보내 보험사들은 지급하지 않았다. 보험사는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모두 지급해오던 것을 이후에는 자기부담금을 제외하고 지급했으며, 보험사에 이익이 되는 것인데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소비자보호는 뒷전으로 약관대로 지급하지 말고 자기부담금을 차감하고 지급하라고 한 금융당국이나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보험사에 이득이 되니 반론조차 하지 않고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나, 결국 소비자만 봉이라는 입증을 한 셈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2015년 6월 3일 “실손의료보험 중복가입 및 소비자 유의사항 안내”를 발표하면서,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면서 중복 가입한 경우 자기부담금 포함하여 모두 받을 수 있다고 안내 했다. 결국, ‘지급하는 게 맞다’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으로 소비자는 더 이상 금융당국을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약관을 해석할 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지만 어떤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에 대해서 소급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근거도 내용도 없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금감원 주장대로 약관해석이 명확치 않다면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약관 해석의 원칙인 ‘작성자불이익의 원칙’ 또한 금융당국 스스로 깨버린 셈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보험사가 잘 지급해오던 것을 소비자를 보호해야할 금감원이 보험사 편을 들어 자기부담금을 지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도 우습지만, 잘 못을 시인하지 않고 슬그머니 다시 지급하라고 보도자료를 내보낸 것은 금감원의 무능함을 드러낸 사안으로, 금감원은 “5년 동안 자기부담금을 받지 못한 중복가입자에 대해 전수 조사하여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지시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과 보험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