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60세 이상 연극인들의 활동연한연장을 위해 공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연극계의 가장 큰 고민은 50대 이후 연극인들이 설 무대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극공연수입은 늘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경력이 많은 중견연극인들의 높은 개런티 때문에 캐스팅이 쉽지 않고, 상업극이 늘어난 대학로의 관객들의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면서 정통극을 해온 중견연극인들은 갈 곳이 없다. 28년간 대학로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던 ‘대학로극장’, 15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1975년 설립된 최초의 민간극장 ‘삼일로 창고극장’의 잇따른 폐관으로 오랫동안 연극인들의 자존심이자 힘이 되었던 ‘무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옆집에 배우가 산다> 포스터
이에 재단은 정몽준 아산복지재단 이사장이 지정기탁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소사이어티’ 기금 2억 원 중 4,500만 원으로 “옆집에 배우가 산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각 배우들의 ‘한 평 극장’을 마련했다.
연극인들이 더 이상 극장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공연을 하고 무대에 서지 않더라도 극장 밖 어디서든 연극을 지속하여 활동을 유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더불어 각 배우의 ‘한 평 극장’이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더 가까운 곳에서 연극을 더 쉽게 즐길 수 있게 하고 그 동안 소원했던 이웃 간의 정을 되살리는 사랑방과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이미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 평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씨어터제로의 심철종 대표는 ‘옆집에 배우가 산다’는 공연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재단에 제안했다.
심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극인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재작년 기획 당시, 옆집에 놀러가는 편한 마음으로 집에 오는 관객들을 보면서 프로젝트명을 ‘옆집에 배우가 산다’라고 정했지만 최근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라는 웹드라마와 이름이 비슷해서 우리가 따라했다고 오해받을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옆집 배우 1기 참여배우 김동수, 박정순, 이성훈, 이승호, 임정일은 한 때 연극계를 주름잡았던 특급 배우였을 뿐 아니라 영화, TV에서도 종종 얼굴을 볼 수 있었던 낯익은 배우들이다. 김동수는 중국의 대문호 위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인생’을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집에서, 자신이 직접 쓰고 연출과 출연까지 맡은 박정순의 ‘아부지의 불매기’는 신길5동 그의 집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1인 10역 이상 소화해야하는 이승호의 ‘아마데우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 이성훈의 ‘솔개의 선택’은 배우의 집 근처 카페에서 진행하며 임정일은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빌라도의 고백’을 교회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