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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다, 떠나자! 예향 남도 품으로

호남고속철도 개통, 수도권에서 2시간 관광객 ‘손짓’

입력 2015년04월07일 19시13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시간 단축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는 정차역은 광주송정역. 서울 용산역에서 최단 1시간 33, 평균 1시간 47분이면 도착해 시속 300kmKTX 속도 혁명이 생활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광주송정역을 기점으로 한 남도 여행을 미리 맛보자.

 

남도는 답사 1번지로 통한다. 남도의 자연은 아직도 때가 묻지 않았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청정한 계곡과 맑은 물을 간직하고 있다. 신이 빚어놓은 것처럼 바다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다도해와 천연 게르마늄 갯벌이 펼쳐진 해변도 보물이다. 한번 오르면 다시 내려가고 싶지 않은 지리산과 월출산, 무등산 등 명산도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이 탄성을 자아낸다.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재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문화유산이 풍성하다.

 

이 남도를 더 아름답게 하는 건 또 있다. 바로 그곳에 터 잡고 살아온 남도 사람들의 마음과 멋이다. 남도 사람들은 이런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자연을 보전하고, 그 속에서 보배 같은 예술혼을 불태워왔다.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한 번쯤 찾아봐야 할 전통문화의 보고(寶庫)가 된 것도 이런 연유다.

 

이 남도가 가까워졌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2시간 안에 닿을 수 있게 됐다. 호남고속철도는 올해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앞둔 광주에 날개를 달아줬다. 담양 세계대나무박람회와 국제농업박람회를 앞둔 전라남도도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인 나주 빛가람 도시로 터전을 옮긴 공공기관 임직원과 지역주민의 교통도 편해졌다. 서남권의 중심 도시 목포도 지역 활성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광주송정역이 자리한 광주는 민주·인권의 도시다. 19805·18민주화운동을 통해 한국 민주·인권의 상징이 됐다. 광주는 전통음식의 맛을 지켜온 맛의 고장이기도 하다. 한국 대표음식인 김치를 소재로 해마다 김치축제를 연다.

 

광주는 또 한국화의 허백련, 서양화의 오지호, 판소리의 임방울, 서정시인 박용철 등 유수한 문화예술인을 배출했다. 이를 토대로 아시아 문화 중심 도시를 꿈꾼다. 아시아 문화의 중심 구실을 할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올해 개관을 앞뒀다. 73일부터 12일 동안 전 세계 대학생의 종합 스포츠대회인 하계유니버시아드도 열린다.

 

광주에선 국립 5·18 민주묘지와 5·18 기념공원, 무등산을 가장 먼저 만나야 한다. 국립공원 무등산은 등급이 없는 산으로 광주의 정신적 지표를 제공한다. 대인예술시장에선 작가들이 시민과 문화예술로 소통하고 함께하는 대인살롱이 매달 열린다. 맛의 고장답게 음식도 감칠맛 난다. 광주송정역에서 가까운 곳에 떡갈비 골목이 있다.

무등산 서석대  

담양과 장성, 화순, 나주, 함평도 광주에서 한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다. 담양은 송강 정철 등 수많은 시인, 묵객이 원림(園林)과 누정(樓亭 : 누각과 정자)을 가꾸며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유서 깊은 고장이다. 한국대나무박물관과 죽녹원, 대나무골테마파크 등을 통해 생태관광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917일부터 세계대나무박람회가 여기서 열린다. 대나무박람회는 죽녹원을 지붕 없는 주제관으로 삼아 펼쳐진다. 주제관과 부제관이 운영되고, 보고 즐길거리도 푸짐하게 준비된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정평 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관방제림도 매력적이다. 소쇄원과 식영정, 명옥헌 원림 등 누정과 슬로시티 창평도 유혹한다. 대통밥과 떡갈비, 국밥으로 소문났다.

 

장성은 조선 중기와 후기 유학의 본산지였다.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이라는 별칭을 지녔다. 편백과 삼나무가 빼곡한 축령산자연휴양림은 휴양의 숲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다. 오래된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다소곳이 줄지어 선 천년 고찰 백양사도 사계절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들인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도 다치지 않은 필암서원과 홍길동테마파크도 볼거리다.

 

청렴의 상징이 된 박수량 선생의 백비(白碑)는 황룡면 금호리에 있다. 고인의 이름과 직위는커녕 글자 하나도 새기지 않은 비석이다. 비석의 주인인 아곡 박수량(14911554) 선생은 39년을 고위 공직자로 살았으면서도 요즘 말로 그 흔한 접대 한번 안 받았다. 뇌물도 받지 않았다. 어찌나 청빈하게 살았던지 사후 장례비용조차 없었다. 그래서 명종 임금이 장례 비용과 비석을 보내주며 비석에 공적을 나열하지 말고, 그냥 세워놓으라고 했다. 비문에 이런저런 공적을 새기는 게 오히려 선생의 생애에 누()가 될까 우려해서였다. 이 백비가 오늘날 청백리(淸白吏)의 상징이 됐다.

화순 고인돌  

화순은 선사시대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고인돌공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일대 계곡 10리에 596기의 고인돌이 분포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인돌도 여기에 있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서 고인돌을 다 볼 수 있다.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한 운주사도 있다. 운주사의 불상은 크기가 다 다르고 얼굴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누워 있는 와불도 진귀하다.

 

수려한 경관을 지닌 화순적벽도 지난해 민간에 개방됐다. 광주시민의 상수원인 동복댐 안에 위치해 그동안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왔다. 30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탓에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적벽은 1519년 기묘사화 이후 유배돼온 신재 최산두가 이곳의 절경이 중국의 적벽에 버금간다고 이름 붙였다.

 

나주는 여행객의 마음에서 조금은 밀려나 있었던 고장이다. 덕분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음에도 크게 치장하지 않았다. 고대 영산강 문화를 꽃피웠던 나주는 크고 작은 문화유적을 곳곳에 품고 있다. 전라도에선 보기 드물게 고분군이 있다. 반남고분군은 백제의 영산강 유역 진출 이전에 자리 잡고 있던 토착 마한 세력자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려 태조 왕건과 장화왕후가 버드나무 잎을 매개로 사랑을 느낀 곳도 나주다. 삼봉 정도전이 조선 개국의 야망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비자나무와 편백 숲이 어우러진 고찰 불회사도 있다.

전남 장성군에 자리한 천년고찰 백양사  

나주는 천년 목사 고을로 통한다. 고려 성종 때(983) 설치한 12목 가운데 하나였던 나주목(羅州牧)이 설치됐던 곳이다. 나주목은 1896년 나주관찰부가 폐지될 때까지 1000년 동안 이어졌다. 나주목과 관련된 문화유적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

 

나비축제로 널리 알려진 함평은 자연과 환경이 조화를 이룬다. 봄이면 파릇파릇 초록빛 보리밭과 자운영의 연분홍 꽃물결이 일렁인다. 가을이면 용천사에서 꽃무릇이 군락을 이룬다.

 

세발낙지와 홍탁삼합으로 유명한 목포는 아름다운 밤바다 풍경을 선사한다. 4월부터 목포역을 출발해 빛의 거리, 회타운, 목포대교, 갓바위를 돌아보고 춤추는 바다분수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목포 야경 시티투어를 운영한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온새미로(자연 그대로, 변함없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의 자연이 있는 곳. 너른 들과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한 독특한 문화가 있는 곳. 오랜 세월을 지켜온 역사가 있고 걸쭉한 사투리 한마디에서도 인정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남도. 그 남도가 우리 곁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글 이돈삼 (자유기고가)

신호숙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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