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변화가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소주시장에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11년 좋은데이의 급부상, 2012년 알카리수 논쟁은 오래 유지된 참이슬, 처음처럼의 2강 구도를, 1강(참이슬) 2중(처음처럼, 좋은데이) 구도로 바꿔 놓았다. 이에 더해 울산/경남이 본거지인 좋은데이를 필두로 지역소주들이 지방에서의 영토 분쟁을 거쳐 중앙무대인 서울/수도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여러 문제로 얽혀있는 1강과 2중의 공격·방어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거리다.
2010년부터 매년 2차례씩 ‘주류 시장에 대한 대규모 기획조사’를 실시해 온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제 10차 조사에서 지난 3개월간 소주를 마신 적이 있는 소비자가 최근에 마신 브랜드로 소주 시장의 점유율을 추정했다. 대표 브랜드를 중심으로 묶어 본 전국 점유율은 참이슬(하이트진로)이 과반인 51.8%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었다. 그 뒤를 처음처럼(롯데주류) 18.3%, 좋은데이(무학) 11.6%가 10%대의 점유율로 따랐다. 그 외 참소주(금복주) 5.3%, 잎새주(보해) 3.9%, C1(대선) 2.9%로 뒤를 이었다.
4년 전인 2010년을 보면 참이슬 48.9%, 처음처럼 21.4%로 두 전국구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반면, 나머지 회사는 모두 10% 미만의 점유율에 그쳤다. 2011년 좋은데이의 급부상과 2012년 알카리수 논쟁에 따른 처음처럼의 급감은 2010년 13.5%p 차이였던 두 브랜드간의 간격을 2012년 6%p 차이에 불과하게 만들었다. 참이슬-처음처럼과 나머지 브랜드의 2강 8약 구도가 1강(참이슬) 2중(처음처럼, 좋은데이) 7약 구도로 바뀌었다.
그 이후 지난 3년간의 추이를 보면 참이슬의 완만한 하락세, 처음처럼의 완만한 회복세, 오투린(더맥키스컴퍼니)의 상승세(0.6%p)도 주목할 만하다. 반면에 C1(대선)은 2010년 이후 5.4%에서 2.9%로 2.5%p가 하락해 가장 소비자에게서 멀어진 소주로 나타났다.
소주시장은 전국적인 점유율 외에 지역별 점유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7년도 도입된 정부의 자도주 보호법(1개 시도별 1개 업체만 생산, 50% 점유율을 보호해주는 법)이 96년 폐기되어 대부분의 자도주가 위기에 몰리고, 전국구인 참이슬은 전국적으로 50%를 넘는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다.
서울/인천/경기는 참이슬이 66.4%를 차지하고 있어 충북(66.9%)과 함께 참이슬 초강세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처음처럼은 4년 전에 비해 5.3%p 감소한 29.1%이며, 감소분은 참이슬과 타 지역 소주가 차지했다. 타 지역 소주는 5% 미만으로 미미하나 점진적인 성장세이다.
강원은 전반적인 시장상황이 수도권과 유사하다. 자도주 경월을 이어받은 처음처럼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4년간 참이슬과 타지역 소주의 협공에 밀려 6.7%p의 시장을 잃었다.
대전/충남은 참이슬 우세지역(57.2%)이나 자도주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예전의 자도주 선양을 이어받은 오투린은 2010년 26.7%에서 32.0%로 5.3%p 신장했다. 충북은 참이슬 초강세 지역(66.9%)이나, 자도주 시원은 25% 내외의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전북은 참이슬이 과반(55.2%)을 차지하고 있고, 자도주 하이트 소주(20.6%)와 처음처럼(20.2%)이 2위 자리를 놓고 시장의 큰 변화 없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광주/전남은 자도주 잎새주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63.1%), 참이슬(31.3%)은 자도주의 1/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두 브랜드가 94.4%를 차지해 다른 브랜드는 미미하다.
대구/경북은 자도주 참소주가 52.9%로 과반을 점하고 있고, 참이슬은 39.2%로 선전하고 있다. 두 브랜드간의 차이는 2010년 27.4%p에서 그 절반인 13.7%p로 줄어들었다. 참이슬이 약진하며 참소주의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울산/경남은 자도주 좋은데이의 점유율이 82.2%로 전국 각 지역 중 가장 높다. 이는 2010년 58.8%에서 23.4%p 상승한 것으로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이슬 등 여타 브랜드의 점유율 합계가 17.9%에 그쳐 4년 전 41.2%에서 1/2이하로 줄어들었다.
부산은 자도주 C1의 점유율이 28.2%로 4년간 18.7%p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인근 울산/경남의 소주 좋은데이의 점유율이 38.3%에서 63.0%로 올라 안방이 완전히 잠식당했다. 대부분 지역이 타 지역 소주에게 5% 이상의 점유율을 거의 내주지 않는 상황에서 63%를 차지했다는 것은 경이적인 사건이다. 좋은데이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거리다.
제주는 자도주가 65.5%로 타 지역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4년 전 전국 최고의 점유율 89.5%가 최대 폭(24.0%p)으로 떨어진 케이스다. 그 대부분(22.6%p)을 전국구 참이슬이 흡수하며 31.7%로 성장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개의 자도주(한라산 및 올레)가 존재하는 제주지역이 어떤 선에서 참이슬의 공격을 저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기 지역의 점유율을 잘 지키고 있는 소주 브랜드와 점유율이 하락하는 브랜드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급박한 경쟁 환경 변화 속에서도 지역소비자와 끈끈한 신뢰를 가져가는 브랜드, 소비자들의 욕구와 변화추이를 잘 읽고 항상 능동적으로 대응해 온 브랜드들의 선전이 눈에 뛴다.
대부분의 자도주들이 안방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안방을 확실히 장악하고 인근 지역까지 석권한 좋은데이(무학)의 질주는 경이롭다. 좋은데이는 울산/경남에서 태어나 부산지역을 접수한 기세를 이어, 중앙무대인 서울/경기지역에서 골리앗 참이슬에 도전장을 들이밀고 있다. 성공 신화를 이어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