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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평생연금` 미끼 460억원대 불법 다단계조직 적발

전국 회원 5천여명 모집…‘유사수신행위’ 피하기 위해 ‘캐시(포인트)’ 구입명목 출자금

입력 2024년10월31일 07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 A씨는 최근 어머니가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불법 다단계 업체에 속아 평생 모은 돈 5,500만 원을 업체에 입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체측에 문의한 결과, 수당은 고작 65만 원 남짓이었고 심지어 현금이 아닌 업체가 개발한 '코인'으로 지급한다고 했다. 업체는 이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A씨의 어머니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앓다가 돌아가셨다.

 

# 작은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캐시 가맹점에 가입하면 캐시 업체 회원이 고객으로 확보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얘기를 듣고 가맹점 신청해 1,50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캐시업체는 회원들에게 판매한 옷 결제금액을 초기 몇 번만 지급하더니 나중에는 지급하지 않아 B씨는 결국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최근 노인과 중장년층을 겨냥한 ‘다단계 방식’의 불법 금전거래 행위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주의보를 발령하고 나섰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레벨별로 매주 6만5,000~520만 원까지 평생 연금처럼 수익금을 받고 사망하면 가족에게 상속된다고 현혹, 불법 다단계 영업방식으로 460억 원대의 출자금을 끌어모은 일당 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됐으며, 이중 주범 1명은 구속됐다.

 

민사경은 지난해 불법 다단계 의심 업체를 수사하던 중 피의자들의 혐의를 포착하고 이들의 증거인멸 시도에도 불구하고 잠복, 계좌추적 등 올해 2~9월까지 7개월간의 끈질긴 수사 끝에 전국 조직망 일망타진에 성공했다.

 

적발된 업체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12개 그룹, 134개 센터를 두고 투자 지식이 부족하고 노후자금에 관심 많은 60대 이상 고령층, 주부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해 작년 2월부터 1년간 총 5,000여 명의 회원을 모아 출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회원에게 본사 사무실, 전국의 그룹이나 센터 등에서 열리는 사업설명회에 가족․지인이 참여하게 한 후 “캐시라는 ‘포인트 구입’ 명목의 출자금을 1레벨(13만 원)~9레벨(2억6.000만 원)을 입금하면 2.6배로 적립해 줄 뿐 아니라 평생 주당 현금 출금액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또 회원 본인의 하위회원 가입 및 캐시 전환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3단계 이상의 다단계 유사조직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금전거래를 했다. 이런 방식으로 수당을 받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 회원→ 직근 하위회원→ 차 하위회원 등으로 연결되는 3단계 이상의 다단계 유사조직을 운영하며 사실상 불법 금전거래 행위를 해왔다.

 

적발된 업체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치밀한 사전 계획을 통해 출자금을 수신, 대여금이나 투자금 명목으로 120억 원을 24개 업체와 개인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이들은 돈을 받으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므로 포인트(‘캐시’)를 구매하게 하고 그 캐시로 쇼핑몰 등에서 물건을 구입토록 해 재화 등의 거래가 있는 것처럼 가장, 유사수신행위법 및 방문판매법 등 법적 문제를 피할 수 있게끔 치밀하게 운영했다.

 

특히 피의자들은 평생 연금처럼 매주 현금을 지급한다고 약속했음에도 마케팅 전산시스템을 폐쇄해 회원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과 환불금을 주지 않고, 가맹점에 지급할 페이 사용액도 지급하지 않아 가맹점 피해가 발생하는 등 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다. 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돈과 퇴직금, 대출금, 전세자금, 카드 빚 등으로 1계정 당 최소 13만 원~최대 2억6,000만 원까지 출자했으며, 1,000만 원 이상씩 출자한 계정도 1,300여 개에 달했다.

 

이러한 다단계 유사조직을 이용한 금전거래는 투자금 대비 수당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들기 쉬워 피해 규모가 크고, ‘직접판매공제조합’과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피해를 입게 되면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에 따라 설립된 직접판매공제조합은 등록된 다단계판매·후원방문판매 회사와의 공제계약을 통해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시는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낚는 불법 다단계 방식의 금전거래 행위를 각별히 유의하는 한편 의심 사례는 적극적으로 신고 또는 제보해 줄 것을 당부했다. 불법 금전 다단계 영업행위 신고․제보는 스마트폰 앱, 서울시 홈페이지, 전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며 제보자가 결정적인 증거(금전 다단계 설명자료, 회원 조직도, 수당 지급기준 및 수당 지급내역, 투자금 납입내역 등)를 첨부해 신고하면 서울시 심의를 거쳐 최대 2억 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다단계 방식으로 불법적인 금전거래를 할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작년에도 캐시(포인트) 등을 미끼로 불법 다단계 회원을 모집, 2019년 3월부터 4년간 전국에서 총 10만여 명의 회원을 모아 1조2,00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업체 대표 등 10명을 형사입건하고 이중 주범 4명을 구속시킨 바 있다.

 

권순기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업체에서 가상자산(캐시) 구매 명목의 출자금을 받고 다른 사람을 소개할 때마다 수당이나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면 금융 다단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니 바로 신고해 달라”며 “이러한 수법이 점차 지능․광역화되고 피해 단위도 커지고 있는 만큼 민생 경제범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병헌 기자(bhkim4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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