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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GDP 5년 후 일본 넘어선다?

체감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4만달러 달성 필요

입력 2014년11월16일 12시26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20년경에는 우리나라의 1인당 GDP4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 이후 일본식 모델을 모방하면서 성장하여온 우리에게는 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대화 이후 1990년대까지 일본은 서구를 제외하면 유일한 선진국이었다. 우리가 1인당 2만 달러를 돌파할 때도 4만 달러를 넘어서는 큰 격차를 유지하였다. 그렇지만 올해 한·일간 1인당 GDP 격차가 역사상 가장 작은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면서 일본 경제 추월이 이제는 가시권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IMF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는 경상 기준 5.2% 성장하는 반면 일본은 2.2% 성장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엔저 환경이 조성되면서 일본의 1인당 GDP37,000달러로 주춤하는 사이 우리의 소득은 27,000달러로 향상되어 한·일간 배율이 1.3배로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구매력평가 기준(PPP)으로는 일본이 우리보다 물가수준이 높기 때문에 2016년에 우리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하게 되는 것으로 IMF는 전망하였다. 그렇지만 다소 추상적인 개념인 구매력평가 기준이 아니더라도 최근의 환율흐름을 감안하면 달러기준으로도 5년 내에 우리나라는 일본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제공: 금융소비자원  

IMFOECD는 향후 5년 동안 일본과 우리나라의 실질 성장률의 격차가 3%p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물가상승률(GDP 디플레이터 기준)도 양국간 1%p 정도 차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최근의 환율 양상을 대입하면 IMF 기준으로는 2019년에, OECD 기준으로는 2020년에 우리경제의 1인당 GDP4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일본을 추월하게 된다. 우리가 일본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우리경제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는 점도 있겠지만 일본경제가 90년대 이후 정체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1980년도 우리의 1인당 GDP1,800달러로 일본의 1/5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만 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80년대 평균 13.2%씩 증가하던 1인당 GDP1990, 2000년대 들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6%에 못 미치는 증가율로 둔화되었지만 일본대비 상대적인 고성장세를 유지하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0년대 들어 1인당 GDP증가율은 다시 7%를 넘어서고 있다. 통상 고소득 국가군들이 2만 달러 돌파 시점에 자국통화의 절상흐름으로 전환되었는데, 우리 역시 원화의 추세적인 절상흐름이 나타나면서 1인당 소득의 증가세가 높아진 것이다. 최근 5년간 1인당 GDP55.5% 늘었는데 그 중 절반 가량(45.3%)이 환율요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물론 우리경제의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4%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유지하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일본은 19872만 달러를 돌파하며 한때 미국을 추월하였고, 버블붕괴 후에도 엔고흐름이 이어지면서 1995년에는 4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하였으나 이후에는 3만 달러대에서 정체되는 흐름을 보였다. 장기적인 엔고 흐름이 지속되면서 대외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디플레 악순환에 접어들면서 장기간 성장 정체에 빠진 것이다. 일본의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진입하던 기간(1987~1995)을 보면 환율요인의 설명력이 매우 높은 특징을 지닌다.

 

이 시기 환율의 기여율은 58.5%로 우리보다 매우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버블붕괴 이후 90년대(1990~ 1995)만 보면 일본의 1인당 소득 향상에는 환율의 기여율이 82.1%로 대부분을 차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성장정체에도 불구하고 환율흐름만으로 소득이 크게 증가한 탓에 4만 달러 소득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이었던 셈이다. 일본은 이후 약해진 성장세 때문에 환율흐름에 등락이 이어지면서 3만 달러대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한다고 해서 우리의 생활수준이 일본을 당장 넘어선다고 볼 수는 없다. 총부가가치(GDP) 가운데 가계에 배분되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보면 일본은 2000년대(2000~2012) 평균 69.7%인 반면 우리는 60.1%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GDP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을 반영한다. 소비 비중을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2000년대 51.0%였던 반면, 일본은 57.2%로 높은 수준이다.

 

우리경제의 일본 추월이라는 점 자체가 가지는 상징성이 매우 크긴 하지만, 일본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1인당 소득수준이 오른다고 해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90년대 들어 성장세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절상으로 1인당 GDP4만 달러를 일시적으로 넘어선 바 있다. 환율이 소득 향상에 순기능을 하였지만 환율의 보복으로 일컬어지는 대외 가격경쟁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고령화와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과 성장정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최근 우리경제의 성장세가 일본만큼 하락한 것은 아니어서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겠지만 중장기적인 원화의 절상흐름 속에 우리경제 역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생산성 향상, 혁신노력 배가 없이 환율흐름만으로 소득이 향상된다면 우리 역시 일본처럼 소득 정체를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동안 선진국이었던 일본의 제도, 기술, 경험들이 우리의 성장전략에 밑거름이 되어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을 이제 우리가 추월할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하였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자부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수치상의, 상징적인 추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며,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김병헌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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