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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위한 소송구조 50년, 대체 뭘 했나

민사소송 한 해 100만 건, 소송구조 신청은 9,000건에 불과

입력 2014년10월08일 03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경제적 약자에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시행 중인 소송구조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지방법원의 소송구조 이용률은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매년 신청자가 채 1만 건도 되지 않고 있는데, 민사본안사건 접수 건수가 매년 100만 건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이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돈이 없어 소송에 나서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적극 구제하기 위해 1960년 민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된 제도지만,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명무실한 제도를 방치해두었다는 것은 제대로 시행할 의지가 없는 것이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법원의 인식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법무법인 가족  

우선 자신이 소송구조 신청 대상자인지 알 수가 없다. 민사소송법과 민사소송규칙 어디에도 소송구조 요건의 기본인 당사자의 자금능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법원 역시 이로 인해 심사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런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해결에 대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자금능력에 대한 심사를 받지 않는 무자력요건 심사완화 대상자를 제외하면 자신이 소송비용을 댈 자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막연히 각종 서류들을 구비해 법원에 제출해보는 수밖에 없다.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 신청을 위해 동 주민센터에만 가도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체계적인 상담과 신청까지 해주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보건복지부는 사회취약계층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찾아가는 복지서비스까지 시행하고 있는데 반해, 법원은 제도를 알리기는커녕 정부나 지자체 홈페이지에 안내멘트 한 줄도 올리지 않고 있다. 정부 또는 지자체와의 협조체계도 전혀 없는 것이다. 때문에 국민 대다수는 소송구조 제도라는 것 자체를 알 길이 없다.

 

가까스로 소송구조 결정을 받더라도 이때부터는 소송구조를 제공하는 변호사를 찾아서 사건을 위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절당하면 다시 다른 변호사를 찾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실제로 변호사들 사이에서 소송구조 변호는 그 비용을 유예해주기 때문에 수임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고 더 많은 보수를 요구하기도 한다는 지적이 있다. 소송비용조차 낼 수 없어 구조를 신청한 자에게 스스로 변호사를 찾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당사자들에게는 더욱 큰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할 뿐이다.

 

요즘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원스톱 서비스 등의 말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자신이 대상자일지 아닐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와 신청하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법원이 나서서 정부, 지자체 등과 연계해 취약계층에 이런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또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한 번만 찾아가도 자신이 신청대상인지 조회해 바로 신청까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박민식 의원은 그간 자신이 대표발의한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송구조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뒤늦게 법원은 일반 민사소송에도 소송구조 지정 변호사제도를 시행할 근거를 마련하고, 소송구조 전담재판부 설치 근거 마련, 무자력요건 심사완화 대상자 확대 등 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효과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법원은 상고사건의 증가를 이유로 상고법원의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마음껏 소송을 하고 상고심 판결까지 받도록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직까지 확대해가며 추진하려 하면서도, 정말 소송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애써 외면해온 법원의 행태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박민식 의원은 소송구조 제도는 헌법 제27조에 규정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들을 국가가 보호해 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원이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구제에 앞장설 때 비로소 국민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법원이 될 수 있다. 심판하는 법원에서 억울함을 풀어주는 법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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