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게 먹는 사람은 위암 발병 위험이 보통 사람보다 2.7배나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위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해외 연구결과는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박정환 교수와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 연구팀은 2009~2011년 국민건강영양 조사 참가자 1만9,083명을 분석한 결과, 하루에 소금 섭취량 14.1g 이상으로 매우 짜게 먹는 사람들의 위암 발생률이 1.6%로, 싱겁게 먹거나 보통으로 먹는 사람(소금 14g/일 이하)의 0.6%보다 2.7배 높았다고 10월 11일 밝혔다.
사진제공: 화접몽한의원
또 짜게 먹는 사람들의 유방암 발생률은 1.9%로 싱겁게 또는 보통으로 먹는 사람들의 0.8%보다 2배 높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은 티스푼(10g)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5g이다. 이번 연구대상자의 나이는 평균 50세(20~97세)였으며, 남성(45.4%)보다 여성(54.6%)이 다소 많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온라인판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소변 속 나트륨 검사 기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24시간 나트륨 섭취량을 환산하는 ‘한국인 방정식(Korea equation)’을 이용해 하루 소금 섭취량을 계산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하루 소금 섭취량 5.6g 이하(Ⅰ그룹), 5.7~9.8g(Ⅱ그룹), 9.9~14g(Ⅲ그룹), 14.1g 이상(Ⅳ그룹) 등 4개로 분류했다.
I그룹은 ‘매우 싱겁게 먹는 사람’, Ⅱ~Ⅲ그룹은 ‘보통으로 먹는 사람’, Ⅳ그룹은 ‘매우 짜게 먹는 사람’이다. 연구팀은 통계학적으로 Ⅰ~Ⅲ그룹은 싱겁게 먹거나 보통으로 먹는 ‘1그룹’, 매우 짜게 먹는 Ⅳ그룹은 ‘2그룹’으로 재분류해 1, 2그룹간 위암 발생률을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위암과 유방암은 소금 섭취량과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대장암, 간암, 폐암, 자궁경부암 등은 유의미한 관계가 없었다.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근호에도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1,245mg(소금 기준 3.1g)일 때 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낮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박정환 교수는 “소금 과다 섭취로 위 속 나트륨 농도가 증가하면 위 점막이 손상되고 염증이 발생해 질산염과 같은 발암물질에 대한 방어가 약해져 위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소금 과다 섭취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증식 등에 관여한다는 추정이다. 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헬리코박터균은 나트륨이 과도할 때 생존과 성장, 세포 변화 등을 더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하루 소금 섭취량을 현재 한국인 평균의 3분의 1 이하인 3g 이내로 줄여야 위암 걱정을 덜 수 있다”며 “짜게 먹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위암, 유방암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콩팥병, 뇌졸중 등의 예방을 위해 싱겁게 먹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