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인력의 고령화가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인건비 증가와 활력 저하가 기업들의 주된 고민이다. 그러나 고령 인력이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가치가 꾸준히 유지되고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되는 유형은 실력과 열의 부족형의 인력들이다. 기업 내 고령인력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7가지 원인과 유형을 짚어본다.
① 노화로 인한 능력 저하
Avolio와 Waldman은 직무수행 능력을 9가지로 분류하고 미국 노동국에 등록된 3만568명을 대상으로 약 15년간 이들의 능력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20대를 정점으로 나이에 따라 대부분의 능력이 저하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 중 신체적 능력 4가지는 대체로 정점도 빨리 오고 연령에 따른 감소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고, 정신적 능력 5가지는 비교적 감퇴 속도가 느리며 그 폭 역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노화에 따라 인지 및 행동능력이 감소하게 된다. 기억력이 감퇴되고, 새로 배우는 속도가 기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업무에서의 성과도 자연히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 아담스비뇨기과
② 실무능력 퇴화
조직은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 시 조직구조를 수시로 개편하게 된다. 그 결과 부서를 신설하거나 폐지하는 등의 일이 생길 수 있고, 자연히 팀장을 하던 인력이 보직에서 해임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실무를 담당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단위 조직을 리드하는 데 필요한 역량은 서로 다르다. 리더의 경우 자신이 직접 일을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일을 하게 만드는 게 임무이기 때문에, 부하에 대한 동기부여와 타인육성 역량, 관계구축 역량 등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은퇴한 스포츠 선수들처럼, 실무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업무 근육이 퇴화되는 측면도 있다. 이전에는 잘 쓰던 엑셀과 파워포인트 등의 컴퓨터 프로그램들도 버전이 바뀌는 등 여러 가지가 낯설게 느껴지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정 기간 팀장 역할을 수행하던 사람이 면팀장이 되고 실무자가 되면 혼란을 겪게 되고, 실무적인 역량도 저하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③ 실무보다는 ‘관리’ 선호
앞서의 두 가지 유형은 개인의 노력과 기업의 제도적 지원으로 역량을 개발함으로써 극복해 나갈 여지는 그나마 있는 경우이지만 이런 노력으로 해결이 되지 못하는 유형도 있다. 실무자로서 일을 안 하려는 경우가 바로 그 중 하나이다. ‘내가 이 나이에 직접 하리?’라는 마인드를 갖고 자기 스스로 일하기보다는 후배에게 시키려고만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권위적인 사고방식이나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시대착오적 모습일 수 있다. 공자의 말씀대로라면 불혹의 나이를 넘긴 시점이지만, 여전히 이 같은 ‘미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도 있는 법이다. 이런 의식을 가진 사람은 결과적으로는 실무능력이 퇴화하는 악순환을 그릴 수 있는 문제도 안고 있다.
④ 학습된 무기력
아래 사람이 기획을 해 오면 ‘옛날에 해 봤는데 안 돼…’라는 반응으로 실무자의 기를 죽이는 타입도 있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스스로 학습된 무기력감을 갖고 있는 경우이다. 학습된 무기력은 셀리히만과 동료 연구자들이 동물을 대상으로 회피 학습을 통하여 공포의 조건 형성을 연구하던 중 발견한 현상이다. 몸이 묶여 있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고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받은 집단은 이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직장 경력이 긴 인력이 종종 보일 수 있는 이러한 패배주의는 본인의 성과를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자칫 후배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능동적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⑤ 매너리즘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선희는 30년 가수 생활에 대한 소회를 토로한 적이 있다. 처음 가수로서 노래 자체가 즐거워서 부르던 시절이 지나고 나면, 다음 단계에서는 청중들의 인기 덕분에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그 단계가 지나고 나면 노래에 대한 흥미와 팬들의 인기 모두가 무상해지는 허탈감의 단계가 온다고 한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직장 경력이 길다는 것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덕분에 경력이 짧은 인력보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면 자신의 일에 흥미를 잃게 될 우려도 또한 존재한다. 동시에 타성과 매너리즘에 빠져 새로운 시도나 아이디어에 소홀해질 우려도 있다.
가수 이선희는 자신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팬들, 그리고 어릴 적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가수로서의 꿈을 꾸어온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로 끝맺음을 대신하였다. 일본 기업들처럼 자신의 적성을 재발견하고 직무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 차원의 제도도 필요하겠지만, 고령 인력 스스로도 자신의 일을 통해 사회나 조직에 공헌할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⑥ 적합한 직무 부여의 곤란
앞서의 5가지 유형들은 구성원 스스로 일을 안 하려고 하거나 제대로 못하는 경우인 반면, 일을 시키는 상사의 입장에서 일 시키기 힘든 유형도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고령인력에 적합하면서 가치가 있는 일이 마땅치 않은 경우이다. 단순 저부가가치 업무를 연봉이 높은 고령 인력에게 부여하는 것은 인력의 적절한 활용에서 벗어난다. 숙련도가 중요한 조선업이나 중공업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조립 생산 직무나, 주문 수량의 접수와 취합 및 배송 단계 점검 등과 같은 단순 사무 업무가 그런 예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의 전체적 고령화나, 부서 내 신입 인력이 부족해 대체할 인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팀장 입장에서는 저부가가치 일을 시켜야 할지, 억지로 일을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후배 육성 등 고령자 적합 직무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이런 고민을 해소해 줄 대안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⑦ 부담스러운 연상 팀원
마지막으로, 팀장 입장에서 고령의 팀원 특히 입사 선배인 연상의 팀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 역시 어려울 수 있다. 최근에는 연공을 탈피해서 실력을 우선하는 인사를 지향하는 기업이 많아 이런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연공서열적 문화 탓에 일을 시키고 진행상황을 체크하는 일련의 관리를 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또한 현실이다. 팀장의 개인기에 맡기기보다는 리더십 교육 과정을 통한 체계적 지원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