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안경을 쓴 것처럼 / 밝게 보인다 / 문해 안경을 쓰면 / 알지 못했던 세상의 비밀을 알 수 있다 / 몰래 접어 두었던 내 꿈을 펼칠 수 있다
(서울특별시장상 홍순연(67), ‘문해의 안경’)
# 우유배달 20년 넘게 해서 / ‘빙그레 어데가?’ / 학교에 가니 빙그레가 최순란이 되었다 / 깜깜했던 세상이 이제야 제대로 보인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 최순란(79), ‘이제야 내 세상’)
배움을 통해 인생의 봄을 찾고 자기만의 꽃을 피우는 서울시 문해교육 학습자들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시화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2022년 서울지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을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서울 종로구의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개최한다.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은 유네스코가 정한 ‘문해의 달’ 행사의 하나로 서울 지역의 성인문해 학습자들의 학습성과를 시민과 나누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다. 2019년 서울특별시 문해교육센터로 지정된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다.
2022년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은 ‘누구나 저마다의 꽃을 피운다’를 주제로, 코로나19 세계적 유행 이후 2년 만에 대면행사로 열린다. 매일같이 등교해 글을 배우던 문해교육기관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을 닫는 등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학습자들은 배움의 열정을 유지해 왔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시화전에는 지난해보다 38점 많은 218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그 중 심사를 거쳐 선정된 40개 수상작이 이번 시화전을 통해 선보인다. 40개 수상작은 서울특별시장상 3편, 서울특별시교육감상 6편,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 15편, 전국 문해교육 시화전 입상작 16편이다.
심사위원회의 이문재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작품 속 어르신들을 문자 해득 능력을 갖추며 세상에 두 번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그동안 벽처럼 느껴졌던 문자가 이제 세상과 통하는 창(窓)이 되었다. 스스로 두 번째 생일을 만드신 분들께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장상을 받은 홍순연(67) 학습자는 ‘문해의 안경’이라는 작품에서 글로서 세상에 눈을 뜬 기쁨과 희망을 안경에 비유해 표현했다. 3대가 같이 사는 집에서 가장으로 살아가느라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게 됐지만, 이제는 배움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며 느끼는 삶의 희망과 설렘을 작품에 담았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받은 최순란(79) 학습자는 ‘이제야 내 세상’이라는 작품에서 “우유 배달을 20년 넘게 하는 동안 사람들이 빙그레라고 불렀는데, 글을 배우러 학교에 가니 사람들이 이름을 불러줘 신기했다”며, 글을 몰라 부끄러웠던 지난날에서 벗어나 배움으로 새롭게 얻은 삶에 대한 감동을 전했다.
서울특별시교육감상을 받은 윤정희(32) 학습자의 ‘꽃 피는 나의 인생’ 작품에는 한글을 몰라 막막했던 이주민의 애환이 담겼다. 10년 전 결혼하며 한국으로 이주했을 때는 세상이 마치 깜깜한 밤과 같았지만, 글을 배우는 지금의 인생은 아침에 활짝 핀 꽃과 같다며 글로 얻은 기쁨을 전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10월 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시상식을 개최해 수상자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갖는다. 수상작 등은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2주간은 돈의문박물관마을 시민갤러리에 전시되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현장에서 관람 후기를 등록하면 추첨을 통해 시화전 기념품을 제공하는 등 기획 행사도 진행한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이회승 원장 직무대행은 “일상에서 당연시 여겨져 왔던 글을 읽고 쓰는 것이 문해 학습자들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소중한 기회다. 이번 시화전에서 글을 통해 저마다의 꽃을 피운 문해 학습자들을 응원한다”며, “앞으로 약자와 동행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배움을 포기하지 않는 모든 분들이 지속적으로 문해교육학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글=신호숙 기자(smkim24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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