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봉동읍 생강골 공원에는 70~80대 어르신 10여 명이 전북 1호 어르신 전용 놀이터 ‘마실’에서 흥미롭게 운동을 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80세의 최계순 할머니는 “아픈 어깨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작은 원 그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며 “그림을 보며 쉽게 따라할 수 있고, 노인들의 아픈 부위에 맞게 각종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79세의 박 모 할아버지도 “균형 감각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운동하고 있다”며 ‘뱀다리 건너기’ 운동에 열중했다.
부지 면적 162㎡의 작은 놀이터에는 어르신들의 종합 순환운동에 도움이 되는 놀이기구 13종이 지그재그식으로 배치돼 있었다.
손가락 운동을 통해 뇌 감각을 자극해 집중력 향상과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는 ‘손가락계단’에서부터 팔과 어깨의 유연성을 도와주는 ‘팔 스트레칭기’, 손목 근육을 키워줘 창문 열기나 계단 잡기를 도와주는 ‘손목강화기’ 등 손과 팔에서 가슴과 상체, 복부, 하체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놀이기구는 다른 놀이터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기구들이다.
조성비용 1억 원을 전액 국비로 충당한 이 놀이터는 100세 시대에 맞춰 힘든 근력운동이 아닌 유연성 위주의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기회를 어르신들에게 제공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9년 6월에 착수, 지난 24일에 완주군이 공식 개소했다.
어르신 놀이터 이름인 ‘마실’은 ‘매일 소풍가듯 집 앞에 가볍게 놀러가자는 뜻’을 담은 것으로, 누구든지 마실가듯 언제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어르신 놀이터로 이용되길 바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일반적인 야외 운동기구는 자신의 몸무게만큼 중력이 가해져 근육과 뼈가 약한 노인의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마실’에 있는 어르신 운동기구는 근력운동보다는 소근육, 균형 감각, 유연성을 위한 운동기구로 이루어져 있다.
운동은 안내판에 있는 순서대로 손가락부터 손목, 팔, 관절 운동으로 이어지고 마지막 균형을 잡고 걷기운동을 하면 끝나게 된다. 어르신들이 13종의 기구를 천천히 이용할 경우 1시간가량 걸리며, 쉬고 싶을 때는 사회적협동조합과 협업해 만든 ‘배려의자’에 몸을 맡기면 된다.
완주군은 운영주체인 대한노인회 완주군지회와 함께 전문 체육강사 1명을 고용해 어르신 플레이 플레너 10명을 양성하고, 앞으로 매주 월·수·금 오전에 상주하며 경로당과 읍면 등과 연계해 어르신들에게 효과적인 운동 방법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어르신 놀이터가 활성화될 경우 체육시설이 있는 읍면까지 확대해 놀이터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완주군의 한 관계자는 “어르신 놀이터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고령사회에서 노인들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감소에 도움을 주고 있어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한 지자체들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어르신 놀이터 주변에는 생태하천과 게이트볼을 칠 수 있는 파크골프장, 어린이놀이터, 축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공존해 가족 단위 휴식처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한편 완주군이 발간한 ‘2020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완주지역 내 810가구 1,176명을 대상으로 만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고령친화서비스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7.1%가 ‘건강지원 서비스’라고 답해 1순위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순위의 문화여가활동 서비스(13.8%)나 3순위의 노인요양서비스(13.4%)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글=정재우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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