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 자체적인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세대 특성 등 분석 결과에 맞춰 어르신에 집중한 디지털 교육 기회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급속한 디지털, 비대면화로 키오스크(무인기기)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서울디지털재단이 지난 16일 발표한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55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키오스크의 이용률이 45.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필요가 없어서,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였다.
다만, 이에 앞서 지난 2월 공개된 ‘2021 서울서베이-스마트도시격차 분야’결과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서울시 고령층의 디지털 활용 수준은 2018년 61.9점, 2019년 65.8점, 2020년 70.2점으로 차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일상으로 자리 잡은 ‘키오스크’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점포별 키오스크 작동 방법이 상이해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비롯해 키오스크 안내 전담 직원 배치, 호출 벨 설치 의무화, 고령층 대상 교육 실시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
서울시는 이처럼 자동화 기기가 확대됨에 따라 어르신들의 디지털격차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올초부터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소외 해소 방안에 역점을 둔 ‘서울시 디지털 역량강화 추진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첫째, 어르신들의 신체, 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1:1 면대면 밀착교육 방식이 눈길을 끈다. 서울디지털재단의 어디나지원단은 노노케어 방식의 디지털 교육사업이다. IT 역량 보유 어르신들로 구성된 100명 규모의 강사진. 어르신이 어르신을 교육하는 눈높이 1:1 방식을 통해 스마트폰 기본, 모바일 메신저 등의 디지털 실생활서비스 교육을 제공한다.
어디나지원단 강사는 어르신 이용시설을 거점 삼아 어르신들에게 1:1 방식으로 키오스크 활용법을 가르쳐준다. 키오스크 화면을 스마트폰에 그대로 재현해 놓은 키오스크 교육용 앱을 통해 무인 발급기, 패스트푸드, 영화관, 카페, 고속버스, ATM, KTX, 공항, 병원 등 다양한 유형의 키오스크 작동법을 실습할 수 있다.
여럿이 모여 진행되는 집체교육과 달리, 배운 것을 쉽게 잊어버리는 어르신들이 전체 진도를 신경 쓸 일 없이 스스로 될 때까지 실습과 반복 학습을 할 수 있어 교육 효과성이 높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디지털재단은 어르신 혼자서 반복 학습이 가능하도록 온라인 키오스크 교육 콘텐츠도 제작해 스마트서울캠퍼스(ssc.seoul.kr)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재단은 복지관‧어르신 이용시설 등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 수요조사를 거쳐 6월부터 개별 단위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육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둘째, 과기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디지털 배움터에서도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배움터의 교육과정은 기초, 생활, 심화, 특별과정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는데, 고령층, 다문화인, 장애인을 타깃으로 한 디지털 기초․생활 과정에 키오스크 활용법이 포함돼 있다. 디지털배움터 온라인플랫폼(www.디지털배움터.kr) 교육 자료실을 통해서도 키오스크를 포함한 실생활 체감형 교육을 받아볼 수 있다.
이 뿐 아니다. 올해 4월, 서울 시내 3곳에 처음으로 문을 연 디지털 체험존에는 디지털 강사와 서포터즈가 상주하며 실제 크기의 키오스크를 활용해 교육을 진행한다. 총괄 디지털 체험존으로는 시청 시민청 내 스마트서울전시관, 구로 스마트홍보관, 창동 아우르네 내 스튜디오 체험관이 있다. 교육이 필요한 시민 누구나 인터넷 홈페이지(www.디지털배움터.kr)와 전화(☎1800-0096)로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아울러 대형버스 내에 이동형 키오스크를 비롯, 스마트패드, 와이파이 등 디지털 교육환경이 완비된 ‘찾아가는 디지털 교육버스’가 운행 중이다. 어르신들이 계신 경로당, 아파트 커뮤니티를 돌며 디지털 교육이 운영된다.
셋째, 서울 시내 곳곳에 디지털 안내사들을 배치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의 불편을 현장에서 바로 해소해 드리는 사업을 7월부터 추진한다. 100명 규모의 디지털 안내사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어르신들의 인기 지역을 구역화한 지정 노선을 순회, 활동하며, 키오스크 활용법을 비롯해 간단한 스마트폰 이용법 등을 안내한다. 동묘앞역, 제기동역, 연신내역 등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지역의 다중이용시설, 키오스크 매장 등이 주요 거점이 될 예정이다.
디지털 안내사들은 디지털 역량교육은 물론 자원봉사 및 노령층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양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효과성을 높이려면 관계 형성과 같은 정서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키오스크 교육을 수료한 어르신들이 배운 것을 실습해 볼 수 있도록 길찾기 앱을 활용해 관공서의 무인발급기와 카페의 셀프 주문기 등 지역의 키오스크 설치 장소를 찾아가 키오스크를 작동해보는 ‘온동네가 1일 체험장’ 행사도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디지털 격차 해소의 효과적 확산을 위해 민간과의 협업도 추진한다. 디지털 교육 강사와 교육 참여자는 물론, 유관 단체와 키오스크 활용 서비스 제공기업, 서울디지털재단과의 역량 결합을 통한 협력 모델을 개발해 나간다. 디지털 교육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함으로써 사업의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디지털 접근성 표준제도 확산,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에 대한 시민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펼쳐 민‧관이 함께 하는 디지털 포용도시를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박종수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젊은 세대와 달리 어르신들은 디지털 환경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가는 디지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디지털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가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것 인만큼 어르신들이 쉽고 편하게 디지털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재우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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