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 75만명이 앓고 있는 질환 ‘치매’. 치매는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이 가장 큰 질환 1위로 꼽힌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인구의 치매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봄에 드는 시간과 의료비·요양비 등 비용의 부담은 환자와 가족들만이 감당하기에는 버겁다.
이에 따라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이 전부 떠안아야 했던 치매로 인한 고통과 부담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목표로 지난 2017년 9월 도입한 것이 ‘치매국가책임제’다. 이제 치매는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치매국가책임제’의 시행 4년을 맞아 중앙치매센터 고임석 센터장으로부터 현재 국내 치매 상황부터 제도 도입 이후 달라진 모습,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고임석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 우리나라 치매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요? 국내 치매 실태가 궁금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약 79만 명(2019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어르신 10명 중에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환자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으로 약 30년 후인 2050년에는 30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 정말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네요. 그래서 더욱 ‘치매국가책임제’가 필요하고 중요하구나 생각됩니다. 정확하게 무엇인가요?
치매 문제를 개인 혹은 가정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으로 해결하겠다는 현 정부의 대표 정책입니다. 치매예방부터 치매 조기검진 및 조기 치료를 통한 관리, 치매환자와 가족의 부담완화와 지속적인 사회에서의 거주를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치매통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중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 제도 도입 이후, 4년 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요?
먼저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조기검진, 1대 1 맞춤형 사례관리, 치매가족에 대한 정서적 지원 및 돌봄 정보 제공 등 치매에 대한 통합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인지지원등급 신설로 장기요양 대상자를 확대하여 경증 치매환자도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고요. 의료지원과 돌봄 인프라를 확충해 치매환자가 지역사회에서 보다 전문화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와 더불어 치매파트너, 치매안심마을 양성 등을 통한 치매친화적 사회를 구축해 치매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 치매국가책임제로 추진된 정책들 중 특히 센터장님 보기에 어떤 정책들, 어떤 노력들이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고 생각하나요?
전국에 개소한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체계적으로 관리 및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치매안심센터의 치매 통합 관리 서비스가 치매환자 및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경제적, 심리적 도움을 제공해 이들이 거주하던 곳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중앙치매센터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곳인가요?
지난 2012년 치매관리법에 의거해 설치된 중앙치매센터는 국가치매정책이 보다 잘 수행될 수 있도록 치매관리체계 내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치매와 관련된 정보·통계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치매 관련 정책 및 서비스를 기획하고 보다 향상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치매 관련 종사자들이 대상자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가치매제도 및 치매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 및 인식개선 활동도 진행하고 있으며, 24시간 운영되는 치매상담콜센터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치매정보 및 돌봄 관련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지난 4년간 센터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치매국가책임제 실시와 함께 2012년 처음 문을 연 중앙치매센터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습니다. 더 전문적인 국가 치매관리를 위해 지난 2020년 1월부터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치매센터를 위탁 운영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지난 6월에는 ‘치매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치매센터의 법정위탁 기관이 됐습니다.
센터는 그동안 국가 단위의 보건의료계획을 수립·총괄해 온 국립중앙의료원의 역량과 경험을 살려 치매 정책 실행력을 높이고 광역치매센터,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국가 치매관리 전달체계를 더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를 통해 광범위한 국가치매사업의 과학화, 내실화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겠습니다.
- 지난해 11월 ‘제4차(2021~25) 치매관리 종합계획’이 발표됐습니다. 향후 추진될 치매국가책임제에도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제4차 치매관리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 치매정책은 그간의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갖춰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지속적으로 치매관련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는데 핵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행정복지센터, 지역 의료기관 등과의 다양한 지역자원 연계를 통해 치매환자 관리를 강화해 보다 체계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 치매환자 가족의 부양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치매가족휴가제 및 치매치료관리비의 지원범위 확대와 치매환자 단기보호서비스 제공기관 확대 등의 지원도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화 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치매전문인력 및 치매 전문 의료·요양 기관 확대와 치매종합정보망 구축 등을 통해 보다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도 마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과 함께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요?
지난 4년간 치매국가책임제가 공급자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구축에 힘을 써 왔다면 이제는 치매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 서비스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치매 환자 및 가족이 현재 처한 환경에 맞춰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치매 전 단계에서부터 초기, 중기를 거쳐 생애 말기까지 치매중증도와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치매안심센터가 지역사회 내 복지기관이나 의료기관들과 연계를 통하여 치매관리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 및 정책의 내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중앙치매센터의 계획은요?
정부 정책의 효과적 실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치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치매극복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에 중앙치매센터는 치매친화적인 사회 구현을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 예방과 관리를 강화하고 우리 사회에 올바른 치매인식이 확산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