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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최고령자 93세 강능환 할아버지

“북에 있는 아들 살아있다는 소식에 감격”

입력 2014년02월13일 12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내 아들이 북에 살아있답니다. 하루 빨리 내 아들 얼싸안고 그간 살아온 이야기 듣고 싶어요. 1.4 후퇴 난리통에 피난을 올 수밖에 없었는데 사흘만 있다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여태 지키지 못했어요. 북에 있는 아들을 금강산에서 보게 된다니 감개무량하고, 벅찬 심정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어요.”

2월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자택에서 만난 강능환(93) 할아버지. 고향을 떠나온지 64년, 그러나 강 할아버지는 고향 황해도 신천을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1951년 1.4 후퇴 때 가족들과 헤어진 그는 결혼한 지 넉 달 만에 아내를 북에 남겨 둔 채 생이별했다. 형 둘과 함께 남으로 내려온 그는 60여년간 가족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들은 강 할아버지는 “북에 아들이 살아있는 지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죽기 전에 금강산에서 보게 된다니 정말 감격스럽다”며 절절한 심정을 토로했다.

 

강 할아버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예정자 가운데 최고령자다. 그는 가족의 생사를 수소문하던 지난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아들이 살아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내와 생이별한 뒤,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혀 모르다가 상봉 대상자 명단 교환 과정에 예순이 넘는 아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오는 20~25일 금강산에서 환갑이 넘은 아들을 처음으로 만난다. 강 할아버지는 아들의 생사도 모르고 60여년을 보냈는데 이제라도 만나게 돼 너무 반갑고 기쁘다고 전했다. 강 할아버지는 북에 있는 아들 강정국(63)씨에게 건넬 선물 보따리를 다시 들여다보며 살뜰하게 챙겼다. 그는 이번에 아들을 만나 고향 소식과 식구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강 할아버지는 “아비 없는 아들이라고 고생은 하지 않았는지, 가족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한게 너무 많다”며 “나이도 나이인지라 건강상태도 좋지 않아 더욱 마음이 급한데 이번엔 아들을 꼭 만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야 겠다”고 애타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날씨가 추우니까 따뜻하게 지내라고 내의와 파스, 밴드 등 여러가지 생각나는 대로 잔뜩 챙겼는데 아들이 좋아했음 좋겠다”며 절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강능환 할아버지가 북에 있는 아들 강정국 씨에게 전할 내의와 파스 등 선물을 보여주고 있다.

강 할아버지는 달력에 하루하루 빗금을 쳐 가며 아들을 품에 안는 날을 기다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피난 당시, 가족에게 연락도 못하고 헤어져 영영 이별하게 될 줄 몰랐다며 안타까운 속내를 털어놨다.

 

강 할아버지는 “늙은 부모님을 북에 두고 인사도 못 드린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강 할아버지는 자신 뿐만 아니라 많은 이산가족들이 더 이상 이런 아픔 없이 하루 속히 가족들을 만나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강 할아버지는 “서로 어떻게 사는 지, 가족들에 대한 소식을 자주 알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번 상봉을 계기로 자주 연락하고 만날 수 있는 끈이 연결되길 바란다”고 간절한 희망을 전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때 여동생을 만나는 김세린 할아버지(86)는 “행사가 미뤄질까봐 하루 빨리 만나야지 하는 마음 뿐”이라며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김 할아버지는 “6.25 때 황해도 황주 고향집을 떠나 남으로 내려올 때 부모님에게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했다”며 “여동생이 나중에 북에 있는 부모님 묘소에 갔을 때 내 안부를 대신 전해주면 장남으로서 부모에게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고향을 떠난 지 60여 년. 오는 20~25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린 이산가족들은 하루라도 빨리 혈육을 만날 수 있길 간절히 염원하고 있었다.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박희숙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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