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수필집 풍조와는 달리 수필가 정지암 씨가 유쾌하고, 재미있는 수필집 ‘허튼소리’를 해드림출판사에서 펴냈다.
일상에서 접하는 해학적 소재뿐만 아니라, 현재 중년의 유년과 청장년 시절에 겪었던 재미있는 소재들을 엄선하여 묶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다. ‘허튼소리’에 실린 수필 전편이 모두 해학적 소재는 아니라는 말이다. 2부에서는 아들에게 간 이식을 받는 아버지의 슬프고 고통스런 심경을 담은 ‘어찌 잊을까’를 비롯해서 독자의 눈시울을 뜨겁게 할 ‘누이의 세월/눈물/아내의 웃음’ 등 비감적 수필도 실려 있다.
수필의 체면에서 벗어나 날 것으로 쓴 수필
똑같이 성적인 표현을 해도 저자가 표현하면 거부감 없이 웃게 된다. 오랫동안 간암 투병을 하는 등 순탄한 삶이 아니었음에도 저자에게는 유머와 위트가 자연스럽게 마음과 붓에 배어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던 웃음거리들, 깊이 감춰진 웃음거리들을 되살려 놓은 것이 ‘허튼소리’이기도 하다.
정지암 수필가는 투병하기 전 인터넷을 통해 이미 유쾌하고 재미있는 수필을 자주 발표하였던 터라, 멀리 지방에서조차 저자의 수필집을 기다리는 독자가 상당하였다.
잠시 시름조차 잊게 해 줄 웃음의 시간, 웃음이 평화이고 빛이다. 특별히 ‘허튼소리’가 고단한 중년들의 삶을 웃음으로 토닥거려줄 것이라 믿는다. 중년을 위한 해학수필이라고 소개를 붙였지만 그렇다고 19금은 아니다.
저자에겐 생피를 짜낸 글
저자는 애초 점잖고 품위 있는 수필집 한 권 남기고 죽으리라는 희망 하나 갖고 살았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타인에게 봉사하고 품위 있게 살려고 한 것은 교만에서 나온 객기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필집에서 드러나는 위선적인 삶이 싫었다. 분단장한다고 근본이 바뀌는 것도 아니기에 살아온 방식대로 살기로 마음을 정한 것처럼, 이번 수필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썼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꾸며 쓴다고 향기가 날 것 같지도 않고, 글은 만들면 시들고 진실 되면 피어난다고 하였으니 정보와 지혜가 있는 글이나 혹은 감동이 있고 품격이 있는 글 보다는 발가벗은 웃음이 깃든 글을 선택하였다.
서정범 교수는 평소 글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저자는 그 말을 신줏단지 모시듯 끌어안고 산다. 수필은 품위가 있어야 한다는 틀에서 반항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필에서 요구하는 감동, 정보, 지혜, 품위는 없지만, 서민이 살아가면서 이웃과 정담을 나누듯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쓰려고 수많은 밤 붓방아질을 한 끝에 ‘허튼소리’를 탈고 하였다.
정지암(본명 정춘남) 수필가는 1945년 경남 진주 출생으로 롯데그룹에서 근무하다 주식회사 서광 사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테마수필 필진과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비손’ 외 다수의 공저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