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치료기능이 없는 정신요양시설의 강제입소 조항을 폐지할 것을 권고한 가운데, 지난해 기준 정신요양시설 입소자의 16.3%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입소했으며, 입소자의 절반 가량이 10년 이상 재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인순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2017년을 기준으로 정신요양시설 자의입소 및 동의입소가 늘고 비자의입소(강제입소)가 감소했지만 2019년 기준 9,252명 중 1,508명은 비자의로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정신요양시설은 최근 5년간 변동 없이 총 59개소로, ‘자의입소’의 경우 2015년 1,473명(14.0%)에서 2017년 5,404명(55.6%)로 급증한 뒤, 2019년 5,521명(59.7%)으로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동의입소’의 경우 제도가 도입된 2017년 1,511명(15.5%)에서 2018년 2,037명(21.4%), 2019년 2,223명(24.0%)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비자의입소 조항인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소’의 경우 2015년 9,004명(85.9%)에서 2017년 2,805명(28.8%)으로 감소한 뒤, 2018년 1,996명(21.0%), 2019년 1,508명(16.3%)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편 정신요양시설 10년 이상 재원한 입소자 수는 2015년 50.36%에서 2019년 46.40%로 크게 변하지 않아 여전히 절반 가량에 달하며, 특히 1년 이상 장기 입소자는 2015년 전체 입소자의 92.4%(9,677명)에서 2017년 80.6%(7,835명)로 감소했다가 2019년 기준 93.5%(8,650명)로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5년간 입소 중 사망자 수는 총 543명으로, 연평균 전체 입소자의 약 1.1%로 나타났다.
남 의원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자의입소가 늘어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16% 가량이 비자의로 입소하고 있는데다가, 과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입소하여 오랜 시간 재원하면서 사회 복귀 여건 및 의욕을 상실하거나 고령자‧무연고자인 입소자가 많기 때문에 10년 이상 장기 재원자 비율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은 “정신요양시설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고 치료기능이 없는 사회복지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의료기관과 같은 입‧퇴원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적이므로 비자의입소 조항을 폐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또한 통신과 면회의 자유 제한 및 격리 등 신체적 제한에 있어서도 정신의료기관과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고 있는데, 적절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신요양시설은 장기 재원자가 상당히 많아 사실상 일종의 거주시설로 역할하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그 문제가 드러났듯 장애인 거주시설 등과는 달리 집단 수용 시설에 가까워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1인당 한 평 남짓의 공간만이 배정된 시설에서 10년 이상 거주하는 것은 비인권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른 정신요양시설의 입소정원 기준은 300명 이하, 시설 기준은 거실 바닥 면적을 입소자 1명당 3.3㎡(1평)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른 장애인 거주시설의 경우 입소정원 30명 이하를 권장하고 있고, 30인 이상 거주시설의 경우 1인당 최소 18.48㎡(약 5.6평) 이상 확보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타 정신건강증진시설과 구분되는 이용자 및 시설 특성 등을 고려해 정신요양시설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 변화해야 할 때”라며, “노인 정신질환자를 위한 장기요양시설이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신장애인 거주 시설 등으로의 기능 전환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사회로의 복귀가 가능한 입소자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통합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남정식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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