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합격했는데 돈이 없어서 입학하지 못했습니다. 못 배운 게 평생 한이었습니다. 뒤늦게 대학까지 나왔고 많이 배워 여한이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저처럼 돈이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적은 돈을 기부하게 됐습니다”
지난 22일 부안군청 군수실에서는 참으로 따뜻하고 의미 있는 기탁식이 열렸다.
부안군 부안읍에 거주하는 김민희(80세) 여사가 팔십 평생 모은 재산 중 대부분인 3,000만 원을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장학금 2,000만 원과 이웃돕기성금 1,000만 원으로 기탁한 것이다. 특히 이날 김민희 여사가 기탁한 돈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 안 먹고 입고 싶은 옷 안 입고 한 푼 두 푼 모은 것이어서 주위를 더욱 숙연하게 했다.
1941년 부안군 변산면에서 태어난 김민희 여사는 변산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부안여자중학교에 합격했지만 결국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입학하지 못했다.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김민희 여사는 그 자체가 아픈 기억이었고 평생 한이었다. 한이란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 지지 않고 더 커진다고 했던가!
김민희 여사 역시 나이가 들어도 학업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져만 갔다. 그래서 노인여성회관 노래교실 등에도 열정적으로 임했으며 항상 배움을 즐거워하고 갈망했다. 김민희 여사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점점 더 커지자 현실로 실행하기로 과감하게 결정했다. 그리고 61세가 되던 해인 2001년 중학교에 입학하고 3년 뒤 고등학교, 3년 뒤 전주비전대학교에 입학했다. 10여년 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70세인 지난 2010년 대학교 졸업이라는 만학의 꿈을 이뤘다.
김민희 여사는 “항상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던 만큼 학생들이 가정환경으로 인해 배움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생 모은 돈의 대부분을 기꺼이 기탁하게 됐다”며 “너무 적은 금액이지만 자신과 같이 가정환경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없도록 소중하게 써 달라”고 당부했다.
3,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사회에 기탁하고도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표현한 김민희 여사는 올해 초까지도 병석에 누워 있었다. 갑작스럽게 신장이 안 좋다는 판정을 받고 독한 약과 함께 혈액투석까지 받았지만 최종 결과 오진이었으며 독한 약으로 인해 소화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 약 4개월 동안 먹지도 못하고 링거에 의지해 살았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퇴원한 뒤에도 자신을 위한 삶을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나보다는 남이 먼저’라는 생각에 3,000만 원을 기탁하겠다는 훌륭한 결단을 내렸다. 기탁식에서도 관계자들에게 “꼭 건강을 챙겨야 한다. 걷기운동이라도 하라”고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조언을 하는 김민희 여사의 모습은 한없이 자식걱정 하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김민희 여사는 “자라나는 학생들이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없도록 지역사회가 십시일반 힘을 모아야 한다”며 “기부를 하니까 마음이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인 권익현 부안군수는 “평생 모으신 큰 금액을 장학금과 성금으로 선뜻 기부해 주신 김민희 여사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부안의 학생들이 가정환경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고 안정적인 장학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글=박희숙 기자(smkim24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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