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살아왔어요. 우리 야생화는 자연이며 살아숨쉬는 예술이예요. 피어있는 자연 그대로 예술인 것이죠. 야생화는 우리 민족의 삶과 많이 닮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의 곁에서 묵묵히 지켜 보고 힘내라고 속삭여 주는 우리 삶의 동반자라 할 수 있어요.”
세계 각지의 야생화들이 모여있는 제주 방림원의 방한숙 원장(71).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의 방림원에는 아름다운 야생화의 천국이 펼쳐진다. 방 원장은 1만6500여㎡의 부지에 3000여종의 야생화를 30년동안 손수 가꿔 국내 유일의 야생초 박물관을 일궜다. 이 곳에는 세계 각종 야생화와 수생식물, 양치식물, 고산식물 및 다육식물들이 손님들을 맞는다. 30년 넘게 야생화와 함께 살아온 방한숙 원장에게 야생화에 대한 철학과 우리 야생화에 대한 아름다운 사연을 들어봤다.
사진 출처: 정책브리핑
30년 넘게 야생화에 몰두…2005년 방림원 설립
서울에서 평범한 주부로 살아오던 방 원장은 1980년대 초 야생화에 푹 빠졌다. 우연찮게 가게된 일본에서 열린 철쭉 전시회에서 5가지의 꽃이 한꺼번에 핀 분재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방 원장은 한국에 오자마자 분재를 배웠다. 분재 보다 야생화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야생화를 모으기 시작한 방 원장은 1985년 경기도 과천에다 660㎡짜리 하우스 3동을 지어 그동안 모은 야생화를 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가족처럼 돌보던 야생화를 돌이 많은 제주도로 옮겨 방림원을 설립할 계획을 품게 된다.
“모든 것이 넉넉치 않던 30년 전 야생화를 알리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었어요. 하지만 야생화를 가꾸는데 자식을 키우는 것 보다 더 정성을 기울였죠. 많은 수종을 모으다 보니 많은 야생화를 키우기엔 제주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게 됐죠. 더구나 제주도 화산석은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 야생화를 식재해서 작품을 해놓으면 야생화도 잘 살고 모양이 좋아 작품성도 훌륭했거든요.”
야생화를 채집하러 전국을 돌아다니던 방 원장은 2000년 6월 산에 올라갔다가 벼락을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그렇게 야생화 하나에만 빠져 산 방 원장은 2002년부터 3년에 걸친 공사를 마치고 2005년에 국내 최초 세계 야생화 박물관 방림원을 설립하게 됐다.
“세상의 예쁜 꽃, 신기한 풀은 모두 채집했어요.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야생화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가 거의 없었던 상황이라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았죠. 오로지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빠져 이 일을 시작했고 방림원 꽃, 식물, 자갈 등 제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게 없어요. 산으로 들로 야생화를 채집하며 모으는 사이에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우리 민족과 닮은 야생화의 아름다움 나누고파”
30년 넘게 방림원을 꾸려온 방 원장은 야생화에 대한 어떤 철학을 품고 있을까.
“꽃을 좋아해서 길러보겠다고 나서는자는 많이 봤지만 그 꿈을 실현하는 사람은 단 몇 사람에 불과했죠. 식물을 보고 즐기는 것은 쉽지만 내가 그것을 길러 남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방림원에 와서 야생화를 느끼고 체험했을 때 야생화에 새롭게 관심을 갖고 우리 아름다운 야생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어 정말 뿌듯해요. 앞으로도 야생화를 수집하고 가꾸면서 훗날 자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가꾸어 만들고 싶네요.”
그녀는 우리 야생화가 우리 민족의 모습과 많이 닮아 더 애틋하고 아름답다고 전했다.
“야생화는 우리 민족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의 곁에서 함께한 우리 삶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야생화 마니아 빼곤 그냥 길에 핀 들꽃 정도라 생각하고 야생화를 모르는 분들이 아직도 많아 안타까워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야생화를 알리고자 또 하나의 야생화 전시 명품관을 준비하고 있어요. 야생화 명품관에는 우리나라 자생식물들과 제주도 돌에 심은 작품에 설명을 더해 우리 식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예요.”
한 평생 ‘꽃’에 심취해 살아온 그녀에게 우리 야생화의 매력에 대해 물었더니 사계절 우리를 반겨줄 야생화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고 전했다.
자연 그대로 아름다운 선물, 야생화
“우리나라에는 자생종이 많이 있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야생화는 둥굴레, 할미꽃 등이 있죠. 제가 좋아하는 꽃은 한라산에 있는 시로미나 산솜방망이 같은 종류를 좋아해요. 시로미는 상록성이며 산솜방망이 꽃이 금색을 띠며 솜털같은 잎사이에 꽃을 피우는 것이 너무나 신비하고 아름다워요. 자주꽃방망이도 좋아하고요. 이제는 우리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야생화 연구에 남은 제 삶을 투자하며 대중에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요.”
방 원장은 야생화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재나 미용재료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할도 크다고 조언했다.
“사계절이 뚜렷해 추위에 강하고 더위를 잘 이겨내는 자생력이 강한 식물이라 외국에서 우리나라 식물을 가져가 다른 종자와 결합해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세계로 상품화 시키는 사례도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각종 건강기능식품과 미용재료의 원료로 개발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최근 야생화에 대한 관심 등 우리 것을 찾고 아끼는 문화의 변화가 반갑다는 방 원장은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작은 바람을 전했다.
“야생화는 스스로 영토를 확보하고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면서 하늘이 주는 햇빛과 바람, 빗물을 활용해 양분을 생산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요. 새싹이 움틀 때 우리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꽃이 피면 우리에게 행복한 웃음과 편안함을 안겨주죠. 때로는 그 열매가 우리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건강을 도와주는 약이 되기도 하지요. 이 모든 것이 자연이 주신 고마운 선물이거든요. 우리 국민들이 야생화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갖고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