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요양보호사협회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12주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1일 요양보호사의 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2020년 6대 현장요구안을 발표하고, 기자회견문을 통해 요양보호사의 처우 및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서울요양보호사협회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업무 특성상 이동이 많고 기저질환이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고밀착·면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이 감염 위험 등 건강권 위협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심리적 불안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갑작스러운 일자리 중단이 불시에 발생하고 있으나, 정부의 실질적인 요양보호사 지원 정책 대안은 미흡한 상황이다.
협회는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상자 중 714명(20.8%)이 코로나19로 갑작스러운 일자리 중단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중단기간은 1달 이상이 절반에 달하지만, 일자리 중단 이후 72.4%가 대기조치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장기요양기관 요양보호사들의 일자리 중단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요양보호사의 부분휴업 및 상시적인 실업 등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돌봄현장에서는 일하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공적 마스크 및 손소독제 지원 등 최소한의 감염 보호장비도 지속적으로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요양보호사 대상 공적 마스크 지속 지급 ▲요양보호사 특별재난지원금 제도 실시 ▲방문요양보호사 8시간 상근월급제 및 생활임금 보장 ▲요양보호사 총 업무경력 반영한 장기근속수당 지급 ▲국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요양기관 확충 ▲노인돌봄을 국가 필수노동 지정 및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등 2020년 6대 요양보호사 현장요구안을 발표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드러내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희 서울요양보호사협회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12주년이 지나도 제도 개선은커녕 돌봄현장이 변한 것이 없고, 요양보호사들의 처우 역시 제자리걸음”이라며 “요양보호사의 날을 맞아 서울요양보호사협회가 코로나19 위협 속에도 돌봄공백을 막고, 감염 위협을 무릅쓰고 현장을 지키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을 대표해 이 자리에서 현장의 실태를 전하고 제도 마련과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요양보호사는 “코로나19 이후 어르신 댁에 갈 때마다 감염될까 두려운데 일하는 센터에서는 그동안 마스크 지급을 전혀 일절 해준 적이 없다”며 “요양보호사들은 최저시급으로 임금을 받으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생계를 이어가는데, 마스크까지 개인 돈으로 구입해야 하는 거냐”고 지적했다. 이어 “돌봄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가 안전해야 돌봄을 받는 어르신이 안전하다”며 “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감염병 대응 돌봄현장 지침을 마련해달라”며 호소했다.
또 다른 요양보호사는 “코로나19로 두 어르신을 돌봐드리다가 하루아침에 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수입도 절반이 줄었다”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라도 신청해보려고 했더니 부분 휴업이라 그것도 신청이 안된다고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한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제도 시작부터 시간제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시달려 왔다”며 “어르신이 갑자기 돌아가시거나 병원에 입소하시면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요양보호사는 “우리 요양보호사는 감정노동자로 현장에서 여러 가지 인권 침해를 당한다”며 “일상적으로 이용자, 보호자에게 무시를 당하고 요양보호사 업무가 아닌 일을 요구받는데 응하지 않으면 바로 오지 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요양보호사가 존중받고 8시간 상근월급제로 일할 수 있게 국가가 민간 중심의 제도를 혁신하고, 공공요양기관 확충을 통해 요양보호사도 해고 걱정 없이 일하고, 어르신도 안심하며 받을 수 있는 돌봄서비스를 보장하라”고 호소했다.
서울지역 현장 요양보호사 대변하는 직종협회·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위한 활동 지속 서울요양보호사협회는 2017년 12월 창립한 서울지역 현장 요양보호사 직종 단체로서, 요양보호사의 권익 향상과 처우개선을 위한 상담 및 정책활동, 지역 네트워크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글=김병헌 기자(bhkim4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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