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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권리금,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입력 2013년12월12일 10시58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국내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하는 창업 및 상가투자 수요가 지난 2~3년간 꾸준히 유입됐다는 것은 이미 정설로 굳어져 있는 사안이다.

 

이와 함께 상권과 입지, 업종, 인테리어의 중요성이 계속 부각되면서 권리금과 보증금, 분양가 등 창업 및 상가투자에 필요한 비용은 예전보다 더 커졌다. 상권과 점포라는 한정된 조건 하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나은 상권과 좋은 입지의 점포, 뜨는 업종 아이템, 고객이 만족할 수준의 인테리어가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촉발된 점포가격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해 올해 매물로 나온 점포들의 평균 권리금은 통계산출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자영업계의 외형적 성장이 곧바로 자영업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은 더 커졌지만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되고 고정비용 지출이 증가하는 등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을 거두기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점포라인과 부동산 정보업체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서는 자영업계와 점포시장의 흐름을 정리함으로써 내년을 준비하는 예비 자영업자와 상가투자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울을 중심으로 2013년 점포 및 상가투자 시장을 되돌아봤다.


사진제공: 지노비즈
 

1 서울 점포시장, 보증금·권리금 인플레이션

 

점포라인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이 올해 1월부터 12월 8일까지 자사 DB에 매물로 등록된 서울 소재 점포 8,191개를 조사한 결과 평균(146㎡) 보증금은 5,668만 원, 평균 권리금은 1억2,753만 원으로 집계됐다. 보증금과 권리금 모두 2008년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 소재 점포의 평균 보증금은 2008년 5,015만 원, 2009년 4,753만 원, 2010년 4,483만 원, 2011년 4,781만 원, 2012년 4,980만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5년 만에 5,000만 원 고지를 다시 넘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아울러 서울 소재 점포의 평균(146㎡) 권리금은 2008년 1억568만 원, 2009년 1억598만 원, 2010년 1억511만 원, 2011년 1억1,261만 원, 2012년 1억754만 원 순이었다. 2011년을 제외하면 1억500만 원대의 평균 권리금을 기록해왔지만 올해 들어 부쩍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올해 들어 보증금과 권리금이 크게 오른 것은 상대적으로 소비자가 많이 모이는 상권을 중심으로 창업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불경기라도 홍대나 명동 같은 서울시내 유명상권이 몰려드는 소비자들로 인해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매출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권을 선호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보증금과 권리금이 함께 증가했다는 것이다.

 

서울 25개 구별로 보면 보증금은 용산구가, 권리금은 동대문구가 지난해에 비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이 위치한 용산구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해제되면서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쳐 보증금·권리금이 폭락했지만 최근 들어 일대 부동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대문구의 경우 취득세 감면과 개발계획을 호재로 아파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역 상권도 발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권리금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한 상황. 또 전농동에 위치한 청량리 민자역사 개발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지역 위상이 예전과 달라진 것도 이유다.

 

용산구 보증금은 지난해 평균 3,399만 원에서 5,084만 원으로 49.57%(1,685만 원)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중구가 4,799만 원에서 6,151만 원으로 28.17%(1,352만 원), 마포구가 4,743만 원에서 5,815만 원으로 22.6%(1,072만 원), 도봉구가 3,451만 원에서 4,229만 원으로 22.54%(778만 원), 관악구가 4,330만 원에서 5,289만 원으로 22.15%(959만 원) 올랐다.

 

반대로 보증금이 떨어진 구는 종로구와 중랑구 그리고 은평구 등 단 3개 구에 그쳤다. 종로구 보증금은 8,479만 원에서 7,623만 원으로 10.1%(856만 원), 중랑구는 평균 보증금이 3,246만 원에서 3,035만 원으로 6.5%(211만 원)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의 경우 대표적인 상권인 ‘종로귀금속거리’ 상권이 위축되는 등의 영향이 보증금 하락으로 이어졌고, 중랑구의 경우는 임차인 감소로 인한 보증금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점포 권리금에서는 동대문구가 7,194만 원에서 1억1,167만 원으로 55.23%(3,973만 원) 올라 상승률이 가장 컸다. 이어 용산구 권리금이 8,195만 원에서 1억2,134만 원으로 48.07%(3,939만 원), 종로구가 1억1,866만 원에서 1억6,575만 원으로 39.68%(4,709만 원), 성동구가 8,246만 원에서 1억569만 원으로 28.17%(2,323만 원), 광진구가 1억300만 원에서 1억3,153만 원으로 27.7%(2,853만 원)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구는 권리금 하락세를 기록한 유일한 지역이었다. 이 지역 권리금은 9,776만 원에서 9,665만 원으로 1.14%(111만 원) 하락했다. 지난해 4,024만 원이던 평균 보증금도 3,798만 원으로 5.62%(226만 원)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2 업종별 권리금 등락, ‘이슈와 트렌드 따라갔다’

 

업종별 점포 권리금은 내적 요인보다는 외적 요인에 따라 오르고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 자체가 점포나 제품 자체의 문제보다는 사회적 이슈와 소비자 트렌드 변화 때문에 증가하거나 감소한 경우가 상당수 관찰됐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는 업종이 편의점이다. 점포라인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편의점 권리금은 지난해 9,373만 원에서 올해 6,773만 원으로 27.74%(2,600만 원) 떨어져 하락률이 가장 컸다. 이는 올해 매물로 나온 서울 소재 점포 중 주요 22개 업종의 6,332개 점포를 따로 추려 조사한 결과다.

 

이전까지만 해도 편의점은 매출이 꾸준하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불경기에 강하다는 장점이 많이 부각되면서 창업수요가 꾸준했으나 올해 불거진 여러가지 부정적인 이슈들 때문에 당분간은 창업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대로 치킨호프 업종은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라 권리금이 올라간 케이스다. 이 업종 권리금은 지난해 1억2,048만 원에서 올해 1억7,472만 원으로 45.02%(5,424만 원) 올라 상승률이 가장 컸다.

 

치킨호프 업종은 국민메뉴로 부상한 ‘치맥’ 효과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평가된다. 직접 매장을 찾아 갓 튀겨낸 뜨거운 치킨을 시원한 맥주와 함께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때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의류점도 이 같은 트렌트 변화를 따라잡아 재기에 성공한 업종이다.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소형 편집매장을 지양하고 인파가 몰리는 유명상권 내 입지 좋은 점포에 입점해 옷값이 싸고 소비주기가 빠른 ‘Fast Fashion' 브랜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의류점 권리금은 지난해 7,700만 원에서 9,983만 원으로 29.65%(2,283만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치킨호프 업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다만 같은 기간 의류점 월세가 228만 원에서 323만 원으로 41.67%(95만 원) 올라 상승률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은 고정비용절감 측면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이어 피자전문점(8,541만 원에서 1억832만 원, 26.82% 증가), 맥주전문점(1억820만 원에서 1억3,194만 원, 21.94% 증가), 퓨전주점(1억1,182만 원에서 1억3,624만 원, 21.84% 증가) 권리금이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권리금이 떨어진 업종은 앞서 언급한 편의점에 이어 미용실(6,286만 원에서 4,653만 원, 25.98% 감소), 피부미용실(7,786만 원에서 6,246만 원, 19.78% 감소), 노래방(1억1,976만 원에서 1억589만 원, 11.58% 감소), 레스토랑(1억4,666만 원에서 1억4,141만 원, 3.58% 감소) 순이었다.

 

점포라인 김창환 대표는 “물가 상승과 상권 내 A급 입지에 대한 수요 증가 등으로 권리금은 물론 보증금과 월세 또한 꾸준히 오르는 추세”라며 “금융권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상가를 매입해 임대수익을 내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만큼 보증금과 월세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김창규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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