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중계 4동 주민센터에서 국가에 대한 마음을 되새기게 하는 일이 있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 한 직원이 동장실 문을 두드리며 할머니 한분이 만나 뵙고 싶어한다고 알려왔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동장실은 상담고충소로 변한지 오래. 이한섭 동장은 당연히 불편사항을 이야기하러 오신 것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으며 자리를 권했다.
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비닐로 싼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라고 묻는 동장에게 할머니는 사연을 이야기 했다. “내가 몸이 좋지 않아 앞으로 얼마 못 살 것 같아. 저 세상 가기 전에 나라에 진 빚 조금이라도 갚고 가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왔어.” 어려서 아버지 없이 자란 할머니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밖에 학교를 못 다니셨다고 했다. “그래도 예전엔 집도 있고 세금도 냈어”라며 자랑스레 말씀하셨다. “자식 하나가 장애인이 되고, 칠십이후로는 나라에 도움만 받고 살았네. 내가 나라에 너무 고마워 죽기 전에 꼭 얼마라도 돌려주고 가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이니 작다 생각 말고 받아주시게나”
이한섭 동장은 “할머니 마음만 받겠습니다. 몸도 편찮으신데 병원도 가야되고, 약값이며 어쩌시려구요.” 그러자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 “나라에서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어. 이 돈 정말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좋겠네.”라며 바쁜데 미안하다면서 총총걸음으로 나가셨다.
이한섭 중계4동 동장은 “힘든 시기 겪으며 나라를 원망할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나라에서 받은 게 너무 크다며 아끼고 아껴 기부금을 건네는 할머니의 모습에 모든 직원들이 나라에 대해 평소 가졌던 마음가짐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할머니가 주신 귀한 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해 귀하게 쓰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박희숙 기자(smkim24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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