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도시 생활에 고단함을 느낄 때, 사람들을 귀농을 생각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귀농을 결심하고 정착하는 모든 과정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귀농을 ‘도시인의 꿈’이라 부른다.
포천시에 귀농에 도전한 시인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화현면의 송계원 시인. 송 시인은 지금부터 3년 전인 2017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돌아왔다. 현재 송 시인의 주요 생산품은 ‘양배추케일즙, 양파즙, 호박즙’이다. 특히 그와 포천호박협동조합원들이 재배한 맷돌호박은 그 맛과 품질이 훌륭해 재배계약을 맺은 가공 업체에서 올해는 작년보다 세 배 많은 30톤의 호박을 재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포천호박협동조합은 송 시인과 같이 귀농교육을 받은 동기 5명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재배, 수확, 가공, 판로개척 등 새내기 귀농인 혼자서는 버거울 일들을 분담해 함께한다. 적은 인원이지만 귀농 전 했던 일에서 얻은 경험과 능력을 살려 각자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담당해 농사일을 진행해 나가다 보니 협동조합은 그 어떤 조직 부럽지 않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다. 생산품목을 확대하기 위해 올봄에는 협동조합 구성원들과 함께 생 목이버섯 재배를 연구할 예정이기도 하다.
부모님께서 원래 농업에 종사하고 계시기 때문에 농사에 대한 큰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시작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집터에 인삼밭이 있어 생산자에게 적지 않은 금액을 배상해야 했던 것이다. 대신 그 땅에 심어있던 인삼을 받았다. 그런데 판매를 위해 도매상에 문의해봤더니 너무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 지나치게 낮은 도매가로 인한 농민의 허탈한 마음을 느낀 첫 순간이었다.
귀향 직후 맞닥뜨린 첫 난관에서 그는 특유의 재기를 발휘했다. 오랜 도시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한 것이다. SNS에 생산된 수삼 정보를 올리고 소분하여 판매를 시작했다. 덕분에 지인들은 싱싱한 포천수삼을 합리적인 가격에 산지직송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송 시인도 도매로 헐값에 팔았을 경우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얻었다.
귀농한 지 4년, 바쁜 일과로 시인으로서, 편집자로서 활동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늘 아쉬움이 남지만 송 시인의 건강하고 정직한 재배방법과 농산물 품질로 단골고객도 꽤나 생겼다. 보람된 일도 많았지만 크고 작은 어려움도 계속되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다. 그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던 비결에 대해 ‘여러 멘토 덕분’이라며 장래 꿈을 이야기 했다.
“저의 꿈은 학교를 세우는 것입니다.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이 모여 공부하는 문학 특성화 중‧고등학교를 세우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멘토로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제가 저의 멘토에게 도움을 받아온 것처럼 말입니다.”
송 시인은 올해 초까지 만 5년간 서울에 2개 도서관에서 재능기부로 ‘시창작교실’ 강의를 해왔다. 그의 제자 중에는 시인으로 등단해 청소년을 상대로 강단에 선 사람도 있다. 올해부터 송 시인은 지역의 한 학교에서 교사로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게 되었다.
“일정상 도서관 글쓰기 강좌를 진행할 수 없어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꿈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송 시인은 환하게 웃었다.
글=김병헌 기자(bhkim4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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