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출판사가 수첩에 적힌 지인들의 이름에 줄을 긋고 ‘사망’이라는 단어를 적던, 96세 도리스 할머니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도리스의 빨간 수첩’을 출간했다. ‘도리스의 빨간 수첩’은 전 세계 28개국에 출간되었고, ‘오베라는 남자’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이 ‘사랑을 담아 쓰고, 기쁨을 담아 말하는’ 작가라고 추천한 소피아 룬드베리의 장편소설이다.
‘도리스의 빨간 수첩’에서 도리스 할머니는 자신의 붉은색 가죽 수첩 속 이름과 그 이름들 위에 그어진 줄과 ‘사망’이라는 글자를 보면서 자신이 무언가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리스는 간병인이 떠난 적막한 집에서 쌓여 있는 틴 박스와 그 안에 담긴 사진과 많은 편지를 보면서 죽기 전에 글을 쓰기로 한다.
도리스에겐 어린 시절의 추억, 뜨거운 사랑 등 움켜잡고 놓을 수 없는 기억들이 많다. 도리스는 자신을 지금까지 살아 있게 한 삶의 원동력인 이 기억들이 자신의 죽음으로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그 기억에는 미움도 있고 사랑도 있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기억이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리스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글로 쓰기로 한다. 무엇이 삶을 가치 있게 했는지를 자신의 사랑하는 종손녀 제니에게라도 전하고 싶어서 말이다.
도리스 할머니의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외롭고 힘들고 슬픈 사람들이다. 부유하고 다양한 사람을 편견 없이 받아들였지만 정작 내면의 우울함은 이겨내지 못했던 세라핀 부인. 살아생전 자신의 예술도, 사랑도 인정받지 못했던 예스타. 사랑을 택함으로써 맞닥뜨려야 했던 가난을 견디지 못한 엘레오노라. 아들에게 지은 잘못을 결국 용서받지 못하고 세상을 뜬 일레인. 가족을 모두 잃은 아픔에 사람과 교류를 끊은 은둔자 폴.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방황하고 결국 마약에 중독되어버린 조카 엘리스까지. 도리스는 이 모든 사람과의 기억을 글로 풀어내며, 비록 우리가 모르고 지나갈 수 있지만, 인생의 어느 때라도 사랑을 주고받았던 기억, 즉 자신의 삶을 이끌어 준 기억은 항상 존재했다는 것을 종손녀 제니에게 전한 후 죽음을 맞이한다.
‘도리스의 빨간 수첩’은 죽음을 준비하는 한 노인의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인간의 기억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기억이 우리에게 가장 값진 것인지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도리스의 빨간 수첩’은 ‘모든 묘비 아래에는 사랑이 있다’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사랑에 관한 기억은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그 사랑을 찾아내는 것이 삶에서 가장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