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이 4월 1일 출시 예정인 新실손의료보험은 금융위 발표와 달리 ‘착한 보험’이 아닐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실제로 득이 되는 보험이 아니므로 소비자들은 유리·불리를 따져 보고 갈아타기 여부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금융위와 보건복지부는 실손보험 문제의 핵심이고 본질인 비급여항목 표준화 대책을 조속 마련해서 진짜 ‘착한 보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실손보험 개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실손보험을 기본형, 기본형+특약으로 개편하였다. 즉 도수치료, 비급여주사제, 비급여MRI와 같이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시켜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출시되는 新실손보험을 금융위가 ‘보험료 35%가 저렴한 착한 실손보험’이라 부르며 여론을 달래고 있다.
그러나 新실손보험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당초부터 ‘착한 보험’이 아니므로 금융위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호도해서는 안되고 ‘할 일 다 했다’고 손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첫째, 기본형의 보험료가 35% 가량 저렴하다고 ‘착한 보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착한 보험’이란 보장 내용이 동일한데 보험료가 낮아지거나 보험료가 동일한데 보장금액이 커져야 한다. 그러나 新실손보험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즉 보장이 축소되고 자기부담율이 상승되어 보험료가 싸진 것을 ‘착한 보험’이라고 부른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잘못이다. 더구나 기존과 동일한 보장을 받을 경우 보험료가 16.4% 인하되는데 특약을 뺀 기본형 보험료를 기준으로 35% 인하되었다고 보도한 것은 과장이고 잘못된 것이다.
둘째, 실손보험은 갱신보험료가 매년 급격 인상되어 계속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연령 증가와 손해율 악화로 갱신보험료가 갈수록 인상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12.2%, 2016년 19.3%, 2017년 19.5%가 인상되었다. 보험료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오르다 보니 고연령일수록 실손보험 보장 혜택을 받기 어렵다. 수입이 단절된 상태에서 보험료가 너무 올라 계약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험사들은 ‘갱신을 통해서 100세까지 보장받는다’고 태연히 광고하고 있다. 더구나 기존 수준으로 보장받으려면 ‘기본형+특약’을 가입해야 하는데 특약 3가지의 보장 사유들이 모두 손해율 상승의 주범인 담보들이므로 향후 특약보험료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셋째, 보험료 인상의 주범이 비급여 항목인데, 이를 억제하는 표준화 작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고, 향후 추진 계획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실손보험은 ‘밑 빠진 독’이고 ‘돈 먹는 하마’이므로 보험료 안정화는 당초부터 불가능하다.
넷째, 비급여 과잉진료자에 대한 페널티가 전혀 없고 ‘2년간 보험금을 수령하지 않으면 차기 1년간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해준다’고 하기 때문이다.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이 문제인데 이들은 놔두고 있으니 황당하다. 보험은 보험금을 받으려고 가입하는 것인데 받지 말라고 하는 것이니 또한 황당하다. 금융위가 진정 실손보험 개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다섯째,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에서 ‘의원급’을 제외한 것도 잘못이다. 4월 이후에도 마음만 먹으면 ‘의료 쇼핑’과 ‘과잉 진료’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新실손보험은 소비자를 두 줄세우기 한 것에 불과할 뿐 알맹이가 빠진 일시적인 땜질 처방(미봉책)이고 소비자들에게 득이 되는 보험이라 할 수 없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병의원을 방문하면 ‘어디가 아프냐?’ 보다 ‘실손보험 가입했느냐”’의 질문을 먼저 받는 것이 현실이고 진료 후 과잉 진료가 의심된다며 즉시 조사해서 조치해달라는 신고가 금융소비자원에 계속 접수되고 있다. 신고 내용을 살펴보면 실손보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이것이 현장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실손보험은 비급여진료항목의 과잉진료가 핵심인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보험료가 35% 저렴하다’는 금융위 발표를 섣불리 믿을 것이 아니다. 신규 가입자는 新실손보험을 가입할 수밖에 없지만 기존 가입자는 유리·불리를 먼저 따져서 갈아탈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저 연령자나 고 연령자 중 건강하여 병원 갈 일이 없으면 기본형 가입도 괜찮다. 그러나 병·의원에 자주 가는 소비자, 특히 도수치료, 비급여주사제, 비급여MRI검사가 필요한 가입자라면 갈아타지 말고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 특히 2009년 10월부터 실손보험 보장비율이 90%로 통일되었고, 그 이전 실손보험은 보장비율이 100%이므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新실손보험은 부작용도 예상된다. 기본형만 가입한 경우 특약의 담보는 보장받을 수 없으므로 해당 진료비는 가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또한 진료 현장에서 특약으로만 보장받는 항목을 기본형인 것처럼 병명코드를 임의로 조작(바꿔치기)해서 청구하는 일이 분명 발생할 것이다. 이 경우 기본형 가입자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져 보험료가 인상될 수 밖에 없다.
금소원 오세헌 국장은 “금융위는 빈 껍데기 대책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진짜 ‘착한 보험’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핵심 문제인 비급여항목 표준화를 보건복지부와 멱살을 잡고 싸워서라도 조속 추진해야 하고 보건복지부도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과잉진료, 허위진료 병·의원들에 대한 조사 및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