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차례(茶禮)를 지내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차례상에 올렸던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을 음복(飮福)이라 한다. 이때 음식을 세찬(歲饌)이라 하고 술은 세주(歲酒)라 한다. 명절에나 접하게 되는 우리 전통술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세주는 도소주(屠蘇酒)라 부르기도 한다. 술 이름을 풀이하면 ‘사악한 기운을 잡는 술’ 또는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술’이다. 도소주는 설날의 제의풍속(祭儀風俗)과 관련하여 생겨난 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도소주에 들어가는 약재는 대부분 기운을 돋워주거나 여러 질병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 개개인의 건강을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사회 특유의 정서가 담겨 있어서다.
새해에 마시는 도소주는 음주 방법과 의미에서 다른 술과 차이점이 있다. 첫째로, 도소주는 반드시 차게 해서 마신다. 여기에는 봄을 맞이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데, 계절의 시작인 봄을 원초적인 모습 그대로 맞이한다는 의미다. 둘째로, 온 가족이 모두 동쪽을 향해서 마신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맞는 해를 신성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셋째로 도소주는 젊은 사람이 먼저 마시고 나이 많은 사람이 나중에 마신다. 젊은 사람은 나이를 먹어 성숙해짐을 축하하고, 나이 먹은 사람은 나이를 천천히 먹고자 하는 이유에서다. 우리 조상들의 재치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으로 우리 술을 알리고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은 우리 술이 생산되는 환경과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지역 양조장을 관광상품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주들은 다양한 효능이 있으며, 제조방식에 따라 증류주, 청주·약주, 탁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증류주
증류주는 발효주를 가열해 증류기를 통해 순수한 알코올만 추출한 술이다. 대표적인 증류주가 바로 소주다. 색이 맑고 투명하며 알코올 함량이 높다. 증류식 소주는 원료에 따라 찹쌀소주, 멥쌀소주, 수수소주, 옥수수소주, 보리소주, 밀소주 등이 있다. 첨가하는 약재에 따라 감홍로, 이강고, 죽력고, 구기주, 매실주, 우담소주 등이 있다. 또한 향토적 특성에 따라 안동소주, 개성소주, 진도홍주, 제주민속주 등으로 불리고 있다.
청주, 약주
청주는 쌀, 물, 누룩으로만 빚어 맑게 거른 술이다. 약주는 쌀 이외에 한약재 등 부재료를 넣어 빚은 것으로 기능성을 강화한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약주에 속하는 술은 매우 많다. 고전의서에는 약주를 온주(溫酒), 무회주(無灰酒), 난주(煖酒), 등주(燈酒)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면 금주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환자가 약재를 넣은 청주를 마시는 것은 허용되었다. 당시 특권층은 청주를 약주라 속이고 먹었다고 한다.
탁주
일반적으로 빛깔이 탁하고 알코올 성분이 적은 술이다. 맑지 않고 탁하다 하여 탁주·탁배기·막걸리·백주, 집마다 담그는 술이라 하여 가주 등으로 불린다.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섞어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킨 곡주로 효모가 살아 있다. 탁주는 체에 거르지 않고 그대로 빚는 것과 체에 밭쳐놓고 주물러 걸러내는 것, 술지게미를 재탕하여 만드는 것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