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누가 나를 오라하것어, 나를 찾아준 께 기쁘고 좋제.”(신명순․68․여), “그림도 제대로 그릴지 모른께 누가 보믄 웃것제, 근디 나는 열심히 그려.” (박정순․76․여), “그림 배우러 미술관 오는 날은 설레고 좋아, 그래서 제일 예쁜 옷으로 골라서 입고 온당께.”(정정순․67․여).
담양 대담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거주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사업(레지던스 프로그램) 중 지역민 참여 예술교육을 통해 ‘향교리 할머니 화가’로 활동 중인 지역민들의 소감이다.
담양 대담미술관 등 지역 미술관들이 전남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해 단순히 작업공간을 지원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민 참여 예술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참여 작가들에게는 국제교류를 돕는 등 입체적인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담양 대담미술관은 레지던스 프로그램 ‘옛날 옛적에 향교리-지역민 예술교육’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 감수성을 키워주며 ‘향교리 할머니 화가’ 7명을 배출했다.
또 대담미술관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현(29) 작가는 최근 주소지를 담양으로 옮겼다. 미국에서 태어나 국내외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 작가는 “지역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담양이라는 한 공간에 많은 인생들이 모여 있다는 느낌이 특별하고 좋았다”며 주소 이전 배경을 설명했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전남을 찾는 외국 작가들도 늘고 있으며, 국내 작가들이 해외 무대 진출 기회도 얻고 있다.
담양 대담미술관에는 타이완 출신 우상린(吳尙霖)작가와 예이리(葉怡利) 작가가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고흥 도화헌 미술관에는 미국 작가 마르시아노 마르테시즈(Marciano Martinez․73) 씨가 10월 31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또 함평 잠월미술관에는 나카무라 이오리 씨 형제 작가가 오는 10월 31일까지 창작활동을 펼친다.
경기창작센터 등 굵직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우상린 작가는 “규모가 큰 곳은 안정적인 시스템과 시설 등 지원 조건은 좋지만 이곳 담양은 지역 주민과 가깝게 소통하며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하고 예술적 감성을 키우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오는 9∼11월에는 담양 대담미술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단수이(Tamsui) 뮤지엄에서 결과보고전도 열 계획이다.
김충경 (재)전남문화예술재단 사무처장은 “전남은 창작가들이 한 번쯤은 거주하고 싶은 매력적인 자연환경과 예술적 영감을 주는 곳”이라며 “지역민들과 교류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작가들에게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탈피해 지역민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예술적 접근을 돕고 지역사회에는 ‘치유’와 ‘재생’의 효과도 가져온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전남도 내에서 진행되는 거주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사업은 순천 상상문화발전소 1839, 담양 대담미술관, 고흥 도화헌미술관, 화순 경복미술문화원, 영암 희문화창작공간, 함평 잠월미술관 총 6곳에서 3억6천여만 원(국비․도비)을 지원받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2억4천여만 원)보다 50% 가량 늘어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