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타격이 앞으로 2~3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산업계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5월 29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사파이어룸에서 ‘초엔저의 전망과 파장 및 대응과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향후 2~3년간 점진적인 미국 금리인상과 엔화 약세 전망을 고려해 볼 때,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이로 인해 원·엔 환율 하락도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원·엔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한국의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자칫하면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발생했던 1997년과 2008년의 금융위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화는 1995년부터 2001년의 달러 강세기와 유사한 구조적 강세국면에 진입했다”며, “엔화도 추가약세로 하반기 중 엔·달러 환율이 125엔을 상회하는 오버슈팅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엔화 약세 장기화에 따른 일본 기업이익의 확대가 일본 기업들의 체질 또는 제품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국내 수출과 기업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엔화 약세 이후 한-일 자동차·철강업체들의 영업이익 흐름이 확연하게 차별화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 내 자동차·철강업체들의 경우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로 인해 이익이 큰 폭으로 신장한 반면, 국내 동일 업종 기업들의 이익은 소폭 상승내지 답보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정근 초빙연구위원은 또 하반기 중 100엔 당 원화 환율이 800원대 중반 까지 하락해 수출과 성장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오 초빙연구위원은 △무분별한 자본유입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 △질서 있는 외환시장 개입 △전향적인 금리 환율 재정 정책조합(30조 원 규모의 한국형 뉴딜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조합) 운용 △불황형 흑자 교정을 위한 내수 진작 △적합한 환율제도 모색, △원화 국제화 △외환시장 육성과 다양화 △국제금융외교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또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시장국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변양규 거시연구실장은 “일본은 수출단가 하향조정을 통해 매출 증대와 경상이익 확대를 달성하는데 지난해 11월 이후 수출단가가 급속히 낮아지는 등 일본의 수출정책이 이윤확대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 실장은 “일본의 공격적인 수출단가 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엔저의 피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그동안 수출단가를 인하하지 않았던 섬유, 기계, 운송장비 산업을 중심으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섬유산업의 경우 수출감소율이 지난해 전년 대비 -0.1%로 나타난데 이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9.4%로 확대됨에 따라 일본의 수출단가 인하 시 추가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그는 전망했다. 더불어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산업의 경우에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對아세안 수출이 엔저의 타격을 제일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맞춤형 수출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