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OECD 국가중 국민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극단적 선택으로 응급실에 온 사람 10명 중 6명은 야간과 새벽 시간대에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가 사후관리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총 79곳이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해당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총 2만5,696명에 달했다. 병원 한 곳당 자살시도자 325명이 내원한 것으로, 1년 중 1달 정도를 제외하고 매일 1명의 자살시도자가 찾은 셈이다.
시간대별로 분석해보면, 최근 5년간 극단적 선택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 9만9,634명 중 오후 6시~자정 사이에 내원한 사람은 32.3%(3만2,226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자정~오전 6시가 25.6%(2만5,475명), 정오~오후 6시 사이가 24.4%(2만4,314명) 순이었다. 즉, 자살시도자가 응급실에 오는 시각은 주로 야간과 새벽시간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경향에도 사후관리사업 전문인력은 주로 낮시간대에만 상주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역할은 자살 재시도를 예방하기 위한 상담과 치료관리·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연계 등 전문적인 사후관리다. 전문인력은 정신건강전문요원·간호사·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 중 하나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한다.
사후관리사업 참여병원 79곳 중 전문인력이 24시간 상주하는 곳은 아직 10군데(12.7%)에 불과하다.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 8개 광역시 및 지자체에는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이 실제 자살예방에 도움이 되려면, 야간과 새벽시간대에도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인력의 불안정한 지위와 비교적 짧은 근속기간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전국의 사후관리 전문인력은 총 186명으로 이중 89.2%(166명)가 비정규직이다. 평균 근속기간 역시 2년도 채 되지 않는 23개월에 불과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6~2018년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2만6,631명 중 과거에도 1회 이상 자살시도를 한 적 있는 사람의 비율은 34.9%(9,299명)에 달한다. 즉, 한 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람은 반복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장기간의 안정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전문인력의 밀착형 관리를 위해서는 이들의 신분과 처우가 안정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원이 의원은 “올해로 시행 10년째를 맞은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 사후관리사업이 제역할을 다하려면, 야간과 새벽 시간대에 집중되는 자살시도자를 보다 적극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인력이 장기적인 사례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보다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마련해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이어나가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우리 국민은 인구 10만 명당 24.6명으로(2019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10.9명) 보다 2.3배 많은 수치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살로 숨진 국민은 1만2,975명으로, 지난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1만2,000~1만3,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글=김병헌 기자(bhkim4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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